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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알려진 대로 1960년대에는 중학교를 들어갈 때에도 입학시험을 치렀습니다. 1965년도 중학교 신입생을 선발하는 시험문제 중에 엿과 관련된 문항이 하나 있었습니다. 엿기름 대신 엿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였는데, 정답은 디아스타제였습니다. 디아스타제는 '아밀라제'의 약명으로 녹말을 엿당이나 덱스트린, 포도당으로 가수분해하는 효소로 우리의 침 속에도 들어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의 보기 중에 '무즙'이 들어 있었습니다. 무에는 디아스타제가 들어 있어 무즙으로도 엿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무즙 역시 정답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는 소위 치맛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로,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매우 높았습니다. 현재의 교육부인 문교부에서 무즙을 오답 처리하자 무즙을 정답으로 써서 낙방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 심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문제 하나가 당락을 좌우할 만큼 입시경쟁이 치열했던 것이지요. 급기야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엿 먹어라! 무엿 먹어라! 무로 만든 무엿 먹어라!"

중학교 입시문제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뒤집어졌습니다. 결국 입시 당국은 무즙을 정답으로 처리해야만 했지요. 이에 따라 당시 최고의 명문인 경기중학교는 정원과 관계없이 38명의 신입생을 더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때부터 '엿 먹어라'는 '혼 좀 나봐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이는 훗날 '남을 은근히 골탕 먹이거나 속여 넘길 때에 하는 말'이라는 뜻의 표준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당당하게 등재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한글의 표준어에는 마치 비속어나 사투리처럼 여겨지는 단어나 글귀들이 꽤 많습니다. '거시기' '시방' '아따' '걸쩍지근하다' '증하다' 등은 마치 호남 사람들만 즐겨 사용하는 방언처럼 느껴지지만 엄연히 표준어입니다. '거시기'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이고, '시방(時方)'은 '지금'을 뜻하는 부사이며, '아따'는 무엇이 못마땅해 빈정거릴 때 내는 감탄사입니다. 또한 '걸쩍지근하다'는 '말이 거리낌이 없고 푸지다' 혹은 '다소 푸짐하고 배부르다'는 의미의 형용사이고, '증하다'는 '모양이 지나치게 크거나 괴상해 보기에 흉하고 징그럽다'는 의미의 형용사입니다. '증하다'는 흔히 '징하다' 형태의 사투리로 사용되는데, '징하다'는 사전에 '속이 저릿하도록 울리다'는 의미의 북한어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욕보다'와 '식겁하다' 등은 영남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언처럼 느껴지지만 역시 표준어입니다. '욕(辱)보다'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다' 혹은 '몹시 고생스러운 일을 겪다'는 의미의 동사이고 '식겁(食怯)하다'는 '뜻밖에 놀라 겁을 먹다'는 의미의 동사입니다. 하지만 '수고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욕보다'는 표준어가 아닌 경남지방의 방언이고, '혼나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시껍하다'는 경북지방의 방언이라는군요. 의미에 따라 방언과 표준어가 나뉘는 경우지요.

또한 '노느다'는 충청도의 방언처럼 느껴지지만 '여러 몫으로 갈라 나누다'는 의미의 표준어입니다. '노느다'는 '노나' '노느니' 등으로 활용해 '친구들과 만두를 노나 먹었다'와 같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나누다'의 의미로 사용하는 '노나다'는 충남지방의 방언입니다. '노나다'도 '노느다'처럼 '노나'로 활용돼 '노나 먹었다'와 같이 말할 수 있어서 '노나'가 표준어 '노느다'에서 파생된 것인지, 아니면 방언 '노나다'에서 파생된 것인지는 학자들도 판단이 어렵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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