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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첫 애를 임신했을 때 입덧을 아주 심하게 했었어요. 그맘때 시아버님께서 직접 캐신 쑥으로 만든 쑥인절미를 유일하게 먹었었는데 그때부터 시아버님께서 해마다 직접 쑥을 캐 10년 동안 한결같이 떡을 해주셨어요. 작년부터 시아버님께서 치매로 몸이 불편하신데 그런 와중에도 며느리가 좋아했던 쑥떡을 잊지 않으시고 직접 캔 쑥으로 떡을 해서 문 앞에 두고 가셨네요. 코로나로 몇 달을 만나지 못하고 통화만 했었는데 떡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아 차마 먹을 수가 없었어요. 아버님, 부족한 며느리 늘 사랑으로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른 건강해지셔서 오래오래 저희들 곁에 계셔주세요.'

어느 며느리의 글입니다. 나이 탓인지,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시나브로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글을 통해 말없이 정을 쏟고 있는 시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이 잔잔하게 전해져 오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날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린 여대생의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심경이 됩니다.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벌써 8년이나 됐네. 잘 지내고 있지, 아빠· 난 지금 학교를 휴학하고 해외인턴 중이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 해 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도전을 택했어. 아빠도 많이 응원해줄 거라 믿어. 이왕 마음먹은 거, 외국 나와서도 이렇게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 내 걱정 너무 하지 마. 하늘에서 보니 어때· 나 제법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이지 않아· 바다 건너 외국에 나와 있지만 우리나라 근방을 지나는 비구름 소식을 들으면 사납게 변해 있을 바다가 먼저 생각나. 아빠는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우리나라의 바다를 지키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해양경찰이었잖아. 2011년 12월 12일,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87km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조타실에 진입했다가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지 않았다면 아빠는 요즘처럼 궂은 날씨에도 늠름하게 바다를 지키고 있었겠지· 어쩌다 신문방송에서 외국 선박들의 불법조업 뉴스를 볼 때마다 나처럼 슬픈 사람이 생길까 봐 마음을 졸이곤 해. 나는 아직도 아빠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아빠랑 갑작스럽게 이별했을 때 나는 고작 열여섯 살이었잖아.'

옷깃 한번 스치지 않은 외국 사람에게 느닷없이 아버지를 빼앗긴 어린 여대생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 옵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이별이 얼마나 황망하고 아득했을까요. 나이가 들다 보니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노후(老後)에 대한 걱정도 함께.

코로나 때문에 뜸해졌지만 한때 요양병원의 어두운 그림자를 조망하는 기사가 언론에 넘쳐났습니다. 오직 이익만을 추구하는 설립자의 욕망 앞에 신음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더군요. 머지않아 필자에게도 다가올 운명인 것 같아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늙게 되면 누구나 그런 슬픈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기에 피할 길은 없겠지요. 속절없게도 세월은 노인들의 그런 아픔에는 아랑곳없이 계속 유유히 흘러갈 테고요.

'누구나 이별을 한다. 유한한 시간을 오직 한 번씩만 스치다보면 필연적으로 영원한 이별을 겪는다. 이따금 상상만으로도 목울대를 콱 막아 눈물로 터져 나오는 이별의 슬픔도 있다. 그 아득한 이별이 현실이 되면 남은 자의 삶에 아픔의 둑이 쌓이기도 한다. 잘 흘러가던 생은 한동안 생경하고 막막한 둑에 막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기도 하고, 대책 없이 고이기도 하지만 결국 둑에 난 작은 틈들 사이로 다시 흘러가기 마련이다.'

살아남은 사람의 슬픔을 노래한 어느 문인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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