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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가끔 노래 가사 속의 단어를 두고 그 진의(眞意)를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맬 때가 있습니다. '으악새'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작고한 원로가수 고복수 선생의 '짝사랑'이라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아 뜸북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잃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들녘에 떨고섰는 임자없는 들국화 바람도 살랑살랑 맴을 돕니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으악새'가 무슨 새인지 주변에 질문을 던져 보면 흔히들 새의 이름이 아니라 '억새풀'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으악새가 슬피 운다'는 것은 '새가 구슬프게 우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억새풀에 스치는 소리'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요.

'짝사랑'은 일제 강점기인 1936년에 고복수 선생이 나라 잃은 시대의 아픔을 짝사랑에 빗대어 노래한 것으로, 해방 후에도 선생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사람의 마음속을 애잔하게 파고드는 선율로 인해 오랫동안 불렸습니다. 지금도 50대 이상은 많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텔레비전에서도 수시로 나오는 노래이기에 가사며 멜로디가 매우 친숙합니다.

'짝사랑'을 작곡한 손목인 선생은 그의 저서 '손목인의 가요인생'에서 작사자 박영호 선생에게 '으악새'가 무슨 새냐고 물었더니 고향 뒷산을 오르면 '으악 으악'하고 우는 새의 소리가 자주 들려 그냥 '으악새'로 표현했노라 대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작사자가 새소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기에 억새풀이 내는 소리는 아닌 것으로 판명된 셈이지요.

'으악새'라는 낱말을 줄여서 소리 내면 '악새' 또는 '왁새'로 발음되는데, '왁새'는 중부 지방 또는 관서 지방에서 왜가리를 부르는 방언이라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었습니다. 황새목 백로과에 속하는 왜가리는 봄에 우리나라로 와서 새끼를 번식시키며 여름을 지내다 가을이 되면 먼 남쪽의 오스트레일리아 쪽으로 돌아가는 철새입니다. 돌아갈 시기인 가을이 되면 '와악 와악' 하며 구슬프게 운다고 합니다. 새가 우는 소리는 듣는 위치나 장소,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달리 들릴 수 있으니 그것을 글자로 표현한 의성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따르지 않을까 싶군요.

자, 그러면 이제 노래 가사 속에 나오는 '으악새'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 싶습니다. 작사자가 '으악'이라는 새소리를 듣고 '으악새'라고 표현하였다는 주장과 '으악'은 왜가리의 중부지방 및 관서지방의 방언이라는 주장을 묶어 판단해 볼 때 '으악새'는 '억새풀이 바람에 스쳐 내는 소리'가 아닌 '왜가리로 추정되는 새의 소리'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과거 필자가 '찔레꽃이 정말 붉은가요?' 하고 의문을 제기했던 사실이 떠오릅니다. 눈에 띄는 모든 찔레꽃이 한결같이 흰색이기에 백방으로 의문을 쫓던 끝에 남녘지방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의견을 들었지요. 진작부터 찔레꽃이 붉다는 노래 가사에 대해 필자처럼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는 자신이 전문 서적이며 전문가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붉은 꽃이 피는 찔레나무는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는 작사자가 가사를 채보하는 과정에서 남쪽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당화를 찔레나무로 잘못 생각하고는 노래 가사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이라고 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지요. 그 후, 여러 서적을 뒤적거렸지만 붉은 찔레꽃의 존재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코로나도 지속적으로 변이를 시도하는 세상이니 지금쯤 붉은 변종이 생겼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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