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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소설가·전 단양교육장

학교 관리자를 하다보면 여러 유형의 부담스런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학부모를 비롯하여 지역 유지, 상인, 학원 관련 인물 등 많은 인물을 공석이나 사석에서 두루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중 이익단체의 인사를 만나게 되면 저절로 경계심이 가져집니다. 그들이 지닌 흑심을 쉽게 짚어내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필자가 청주 성화초등학교 인근에서 합기도장을 운영하는 이봉재 관장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런 경계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는 필자가 성화초의 교장이 되어 부임하던 날 학교 정문에서 등교하는 어린이들의 교통 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교육행정직에 근무하다 오랜만에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학교를 들어서는데 합기도 복장을 한 채 호루라기와 신호봉을 이용해 어린이들의 등교를 돕던 그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 왔던 것입니다.

앞뒤 사정을 잘 모르기에 우선 고생하신다며 악수를 교환하고 돌아섰는데 후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등하교 시각이 되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나타나 어린이들의 통행을 돕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 개월의 관찰을 거친 어느 날, 교장실로 안내해 차를 대접하며 고마움을 표했는데 그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자신의 사업을 위해 행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절대로 감사인사를 받을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억수로 폭우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폭염이 지속되는 무더위 속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어린이들의 안전을 돕는데, 그런 선행을 자신의 사업 욕심으로 돌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학교 측으로서는 유괴나 교통사고 등의 어린이 대상 사고가 빈번할 수밖에 없는 정문을 365일 변함없이 합기도 고단자가 지키고 있기에 그럴 수 없이 든든해 그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차를 한잔 대접한 것인데 도리어 겸손하게 손사래를 쳤던 것입니다.

학교가 임시휴업을 했던 어느 날에는 어린이들이 등교하지 않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는 학교 주변의 오물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후로 주민들에게 전해 듣기로 항상 아침 일찍부터 학교 주변의 오물을 치운 뒤 교통지도에 임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을 사업 목적만으로 돌리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서 필자의 퇴임 직전을 택해 충청북도교육감의 교육유공 감사장을 추천해 전달했더니 고맙다며 털썩 무릎을 꿇었습니다. 황급히 필자도 마주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이제 필자가 퇴임한 지 1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올해의 스승의 날에 필자에게 향기 그윽한 동양란을 보내왔는가 하면 추석엔 아담한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그때마다 황망하고 송구하기 그지없어 전화를 하면 한결같이 필자의 재직시 받은 은혜를 잊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학교장으로서 봉사와 희생의 대가로 작은 고마움을 표했던 것인데 그것을 침소봉대하여 긴 세월 은혜로 생각하는 요즘 사람 같지 않은 분이기에 각박한 세상의 마음밭에 그 이름을 새겨봅니다. 이봉재 관장. 그의 지도를 받는 어린이들은 아마 모두 천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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