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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어쩌다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하고. 문학적 자질이나 소양도 없고 더더구나 체계적인 공부도 하지 못한 사람이 어쩌자고 겁도 없이 긴 글을 쓰겠다고 대들었을까. 그것은 아마 대학 재학 시절 긴 방학을 맞아 대처의 문물과 접할 기회가 적은 시골 소읍에 처박혀 생활하는 동안 갈 곳은 많으나 그다지 가고 싶은 곳은 없는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방바닥에 배를 붙인 채 쓴 소설 같지도 않은 잡문이 소설이라는 탈을 쓰고 대학 학보에 실린 게 계기가 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허술한 글이 세련된 컷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대문짝하게 지면을 차지하였던 것인데 그것은 촌놈에게 자긍심과 함께 자신감을 던져 주었고 그로부터 겁 없이 원고지의 빈칸을 메우려 달려들었습니다. 헌데 아무런 지도나 도움 없이 오로지 남의 글을 읽고 보고 배우며 글을 쓴다는 것이 그야말로 맨땅에 박치기하는 격이었습니다. 막막함에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던져 준 것이 동인지 '내륙문학'이었습니다.

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간호를 우연히 손에 넣은 순간 쏟아지는 햇살을 은혜로 받고 싶어 손뼉을 딱 쳤습니다. 지체 없이 편집 주간(主幹)께 편지를 썼지요. 바로 답장이 왔고 회원으로 가입해 기라성 같은 분들과 어울리며 공부하는 호기를 얻었습니다. 박재륜, 강준형, 홍해리, 안수길, 김영삼, 강우진, 강준희, 양채영, 김효동, 한병호, 최병학, 정연덕, 신인찬, 김현길. 이름만 들어도 기가 질릴 대한민국의 내로라는 문인들과 회원으로 묶여 자리를 함께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작품에 대한 고견을 들으며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습득했던 것입니다.

모임이 열리면 작품평이 술의 힘을 빌려 쏟아지기 마련이었습니다. 호평과 혹평이 술과 적절히 몸을 섞으며 좌중을 맹렬히 돌았지요. 충북문단의 뒷이야기도 중간 중간 섞였고, 서울을 자주 오가는 분들이 전하는 쫄깃쫄깃하고 피가 되는 중앙문단의 이야기도 양념처럼 섞였습니다.

묘한 것이 맨 정신으로 들으면 감정을 자극할 악평도 술에 취해 들으면 웃음과 함께 범벅이 되어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목을 잘도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쥐어 틀리는 뱃속을 움켜잡고 콩나물국을 후루룩 마시다 보면 지난밤의 여러 평은 파랗게 생명을 얻으며 살아났고 그것은 다시금 채우는 원고지에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녹아들었습니다.

건 듯 부는 바람이었나 싶은데 돌아보니 어느 새 '내륙문학'이 창간 50주년을 맞았고 필자는 고희를 넘겼습니다. 그곳에서 공부한 것을 밑천으로 1980년대의 끝자락에 등단했으니 문단 경력이 3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중앙 문단에서도 연륜을 고려해 조금 나은 원고료를 지급받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마음은 아직 팔팔하지만 무대의 중앙으로 뛰어들기에는 여러 가지가 저어됩니다. 모든 일을 멀찌감치 떨어져 관조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인이 글을 쓰지 않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기에 창작엔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아침 대여섯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의도적으로 텔레비전의 시청을 줄인 채 읽고 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읽는 책의 종류도 다양해 매월 오는 월간지 두 종류를 비롯해 수시로 증정되어 오는 소설집이며 시집, 수필집, 수상집 등을 골고루 읽습니다. 틈틈이 고전과 외국 서적도 탐독하고요.

생각해 보니 사십여 년 동안 필자의 꼬리에 붙어 따라다닌 '소설가'라는 별칭입니다. 비록 시원찮은 글을 쓰지만 내 삶의, 내 글의 텃밭이 된 '내륙문학'에 새삼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감히 문단이라는 숲에 덤벼든 하룻강아지에게 기름지고 알찬 토양을 제공해 준 고맙고 소중한 공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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