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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고향 집에 소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어느 날, 자세히 보니 대문 입구의 소나무에 빨간 꽃이 보였습니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카네이션이었습니다. 그건 소나무에 꽃이 핀 게 아니라 누군가 카네이션을 달아놓은 거였지요. 어버이날 어머니께 카네이션을 사다드렸는데 그 꽃을 소나무에 달아놓으신 거였습니다. "어머니, 왜 여기에 카네이션을 달아놓으셨어요?" 하고 물으려다 그냥 어머니의 얼굴만 바라보았습니다. 그건 꽃이 아니었습니다.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카네이션으로 피어난 것이었습니다. 그 후, 우리 집에는 365일 카네이션 꽃이 피어있습니다. 이제 5월 8일만 어버이날이 아니라 365일이 어버이날이 되었습니다. 어버이날은 자식이 어버이를 찾아뵙는 날인 줄 알았더니 어버이가 자식을 기다리는 날이었습니다. 그 마음이 어찌 365일뿐이겠습니까? 자식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 자체가 삶이요, 인색의 낙이요, 희망이요, 존재 이유인 것을 자식은 왜 모르는 걸까요? 서산의 지는 노을처럼 점점 희미해져 가는 부모님의 여생이 다 가기 전에 달려가 포옹해 드리는 일보다 더 급한 일이 있는 걸까요?>

이경열 교수가 지은 책 '빈 껍데기 우렁이야기'에 실려 있는 '소나무에 핀 카네이션'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필자가 평어체로 쓰인 것을 경어체로 바꾸었습니다. 이 책에는 5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지은이의 부모님을 중심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아내, 자녀, 손주에 이르기까지 5대에 걸친 가족들이 함께 숨을 쉬며 엮어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필과 시, 편지 등의 형태로 쓰여 있습니다. 책 전체에서 가족 사랑에 대한 소중함이 진솔하게 묻어납니다.

다음은 지난 5월, 지인이 필자에게 보내준 '어느 불효자의 고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예전부터 몸이 약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가 만든 도시락은 항상 초라했으며 보기에도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음식이 멋보다는 맛이라지만, 깨지고 터지고 타버린 반찬들뿐이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요. 나는 친구들에게 그런 도시락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매일 도시락을 남몰래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학교 식당에서 사 먹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께서 어머니가 준비하신 도시락을 건네주시며 매우 기쁜 표정으로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새우 반찬이야" 하고 귀띔해 주셨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들뜬 마음으로 도시락을 열었지만 새우의 모양은 잔뜩 찌그러져 있었고, 함께 들어있던 계란마저 다 터진데다, 밥까지 뒤범벅이 되어 있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창 사춘기에 들어 멋만 부리던 나는 그렇게 엄마에 대한 사랑은 뒷전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집에 돌아온 나에게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오늘 도시락 맛있었어? 어땠어?"

나는 짜증이 나고 화도 치밀어 올라 소릴 쳤습니다.

"시끄러워! 이젠 도시락 안 만들어도 돼! 어차피 버릴 건데!"

어머니는 잔뜩 풀이 죽었습니다.

"그랬구나. 미안해…."

이후부터 어머니는 도시락을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6개월쯤 후 어머니는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몸이 약하시긴 했지만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다 어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일기장에는 도시락에 대한 내용이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병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이제는 손이 너무 흔들려 음식을 제대로 만들 수가 없다. 계란조차도 예쁘게 부칠 수가 없다.' 일기는 그날로 끝나 있었습니다. 나는 눈물을 철철 흘리며 지난 행동을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때늦은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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