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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태극기에 관한 규정은 분명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서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없더군요. 2016년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국화(國花)와 관련한 법률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한 모양입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무궁화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부터 나라꽃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더군요. 필자는 평소, 무궁화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독립이 다른 선진 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어 그들이 이미 차지한 볼품 있고 특색 있는 꽃들을 피해 나라꽃을 선정하다 보니, 꽃의 생명은 길지만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정해졌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봄날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을 국화로 가지고 있어 조금은 부러웠습니다. 헌데 알고 보니 벚꽃이 일본의 국화가 아니더군요. 일본인들도 국화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데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법으로 규정된 국화가 없답니다. 다만, 가을날 기품을 뽐내며 수려하게 피어나는 국화(菊花)가 황실을 상징하는 꽃으로 지정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벚꽃이 아주 오래 전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꽃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일찍이 일본 신화에도 등장했고, 꽃이 필 때는 일제히 화려하게 피었다가 질 때는 눈이 내리듯 순식간에 지는 모습이 사무라이들의 전통적인 인생관에 비유되면서 일본인에게 가장 친숙한 꽃으로 뿌리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일본 각지에 수많은 벚꽃 명소가 존재할 뿐 아니라 봄철에 꽃이 만개할 때면 나무 아래에 친지들이 모여 음료와 음식을 먹으며 한때를 즐기는 '하나미'가 그들에게 큰 행사로 자리 잡았겠지요.

우리나라에서 벚꽃은 광복 직후만 해도 왜색(倭色)이 짙은 꽃, 즉 일제의 잔재로 여겨져 나무를 심는 것 자체가 매우 금기시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때문에 일제가 창경궁 일대와 남산 일대에 대규모로 심었던 벚나무들이 광복 직후 대부분 베어지거나 여의도 일대로 옮겨졌던 것입니다.

러일전쟁 이후 일본 해군이 주둔하면서 심어진 진해의 벚나무들도 이때 베어졌다가 1960년대에 다시 심어졌다는군요. 벚꽃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우리나라의 각지에 다량으로 식재되어 있는 왕벚나무가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꽃이라는 것이 알려진 이후 조금 호감으로 바뀐 모양입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무심천에 벚꽃이 심어진 것도 1980년대입니다. 그 이전에는 아름드리 수양버들들이 늘씬한 머릿결을 바람에 날리며 줄지어 서 있었지요. 이 수양버들의 씨앗은 5월에 바람을 따라 퍼지는데 많은 솜털을 가지고 있어 호흡기에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벚꽃으로 대체된 것입니다.

벚꽃은 동아시아에서 일반적으로 경칩날 모습을 드러내는 개구리와 함께 봄날의 상징으로 손꼽히는데, 3월말쯤 제주도와 일본 전역을 시작으로 개화하기 시작해 4월 중순이면 한반도 전역으로 퍼져나가 만개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벚꽃축제는 이제 상당히 반기는 지역축제가 되었지요. 한국에서 벚꽃축제가 시작되기는 진해의 군항제가 처음인데,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각 자치단체별로 경쟁적으로 축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동시다발로 많이 생기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벚꽃에 비해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 축제가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개화시기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벚꽃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면서 따스해진 날씨와 함께 화려하게 피어나기 때문에 봄나들이를 하며 관상하기에 적당한 꽃이지만 여름의 막바지에 피는 무궁화는 나무라기보다는 관목이고, 또한 그때쯤이면 다른 꽃들도 모두 피었을 무렵이라 굳이 축제까지 하면서 즐길 이유가 없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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