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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고생고생하다 어렵게 성공한 사람의 후일담을 듣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영화 '기생충' 속의 '다송이 자화상'을 그린 작가 정재훈 씨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샘터'의 한재원 기자가 그를 인터뷰한 내용을 찬찬히 따라가 봅니다.

"침팬지를 형상화한 인간의 얼굴과 스키조프레니아존(조현병)만 유념해 주세요. 그 외에는 자유롭게 그려주시면 됩니다."

정재훈 씨는 지금도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영화에 등장할 그림 작업을 제안 받던 날의 기쁨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세계적인 거장과 일하게 된 영광보다 자신의 작품을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는 설렘에 자신도 모르게 감독의 손을 맞잡았다고 했습니다. 래퍼 생활을 했지만 데뷔 후 20여 년 동안 한 장의 정규앨범도 내지 못했던 자신이 뜻밖에도 그림 작가로 알려질 기회를 마주한 순간이었기 때문이지요.

세계의 영화팬을 주목시킨 영화 '기생충'에 막내아들로 나오는 '다송이'의 자화상을 그린 정 작가는 2000년대 초반 '북치기 박치기'라는 비트박스로 TV 광고에도 출연해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던 래퍼 정재훈 씨입니다. 자화상을 비롯해 그가 그린 열다섯 점의 영화 속 '다송이'의 그림들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며 영화를 전개시키는 핵심 매개체가 됩니다.

'지비지'라는 예명을 쓰며 그가 그려온 그림들은 불규칙한 선과 밝은 색감이 특징입니다. 미국 자유구상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이 연상되는 그의 동심 가득한 그림들은 마치 아이의 낙서처럼 천진난만한 정서를 전해 줍니다. 개성미 넘치는 그림으로 여러 패션브랜드와 협업하며 창작을 즐겨온 그이지만 작품을 브랜드화하자는 제안만큼은 단연코 고사합니다. 대중의 취향이나 수익에 신경 쓰느라 그림 그리는 행복을 반감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그림만 즐기려는 그의 성향은 전시회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는 2019년 '기생충 전시회'를 갤러리 대신 예전 작업실이었던 연립주택의 옥탑방에서 열고는 직접 작업 과정을 설명하며 관람객들이 그림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는군요. 영화가 빅 히트한 이후 유명 갤러리로부터 전시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그는 다음 전시회도 후배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팬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파티처럼 즐길 계획입니다.

"미술적 재능을 자랑하거나 명성 높은 화가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좋아서 캔버스 앞을 떠나지 않는 것이죠. 제가 그림을 통해 얻는 힐링을 사람들도 느낀다면 전 만족해요. 저한테 음악이 애증의 대상이었다면 그림은 한없는 애정의 대상이거든요."

사실 정재훈 씨는 사람들에게 '지비지'보다 '후니훈'이란 예명으로 더 익숙한 아티스트입니다. 인기 래퍼 '후니훈'이 요즘 가장 핫한 일러스트레이터로 대중 앞에 서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요. 후니훈의 음악인생을 압축하는데 아마 '인생은 타이밍'만큼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입니다. 뮤지션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매번 그를 비껴갔는데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기회는 어느 날 갑자기 섬광처럼 다가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예명 '지비지'의 작명 비화도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음악을 만들 때는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그림을 그리니 깨끗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부담 없이 편하게 그려 마음이 안정됐던 것 같아요. 당시 랩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었는데 일 끝나면 집에서 그림만 그렸어요. 친구들이 어디냐고 전화하면 매일 '집이지'라고 대답하다 보니 예명도 '지비지'로 지어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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