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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재작년 겨울로 기억됩니다. 마이클 브린 전 주한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분노한 신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군중의 감정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강력한 야수로 돌변해 정책결정과정이나 확립된 법치를 붕괴시킨다. 한국인은 이를 '민심'이라고 부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민심'이 한국의 허약한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3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한국에 거주하면서 외국 언론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사람입니다. 우리를 잘 아는 외국인이 지적한 것이어서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브린 씨는 박근혜 정부를 전복시킨 촛불집회를 두고서도 "대규모 집회가 계속됐는데도 폭력과 불상사가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군중집회가 '소통'의 수단이지 법 제도를 지배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더군요. 그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정부나 입법기관, 사법기관이 군중의 감정을 의식해 대중 정서에 편승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국내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특검의 수사,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지난 정권에 대한 각종 수사, 심지어 중요한 외교 문제까지도 브린 씨의 지적처럼 대중의 정서에 의해 떠밀려 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여론은 그동안 70퍼센트 가까이에 머물렀습니다. 그만큼 정부가 민심이 원하는 것을 잘 긁어주었기 때문이겠지요. 때문에 정부는 높은 지지율에 기대어, 그것을 민심의 척도로 여겨, 모든 것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곳곳에서 드러냅니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높은 지지율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곤 합니다. 체감여론은 그렇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지지율이 높은 것을 여론조사기관에서 전화를 걸어오면 보수 측 인사들이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더군요. 즉, 현 정부의 지지층만 여론조사에 응한다는 것입니다.

각종 정부 정책에 계속 견해를 피력하고 힘을 과시하려는 '민심'을 가장한 각종단체의 시위도 사실 우려 대상입니다. 과거 광우병 사태 때나 세월호 침몰 때 민심을 선동했던 단체들 말입니다. "라면스프와 냉면국물, 젤리나 과자, 떡볶이, 어묵국물, 피자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던 주장이나, "음식뿐만 아니라 화장품, 생리대, 기저귀 등에도 소의 일부가 쓰이기 때문에 광우병의 위험이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했던 단체들 말입니다.

세월호 때는 또 어땠나요. 잠수함 충돌설을 주장하는가 하면, 다이빙 벨이라는 수중 구조 장비를 쓰면 조류의 세기와 관계없이 20시간 이상 수색 작업을 할 수 있다는 한 민간업자의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들여 구조작업에 혼선을 일으켰지요.

법 관련 학자들은 우리 법치가 허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합니다. 그 원인이 권력자들의 법 농단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법을 무시하려는 풍조는 경계되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더욱이 책임 없는 대중 정서가 법 위에 올라서게 되면 결국엔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며 걱정을 앞세웁니다. 정말 면밀히 들여다보며 현명하게 선악(善惡)을 판단해야 할 '민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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