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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코 막히면 안다, 숨 쉬는 것만도 행복인 걸.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하면 안다, 그 이가 천사인 걸. 지나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게 행복인 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스테디셀러인 '인간 시장'을 쓴 김홍신 작가의 '하루 사용 설명서'라는 저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는 올해 초 한국문인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문학'의 권두언으로, '각종 조사에서 평균 소득이 가장 적은 직종이 작가, 수녀, 신부'라며 작가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주는 '애정 가득한 쓴 소리'를 골라 열 가지를 나열했습니다. 정해진 독자를 대상으로 행한 '쓴 소리'지만 바야흐로 다시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기에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싶어 뼈대만 추려 적어봅니다.

김 작가는 먼저, 글을 써서 경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경제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작가는 극히 소수라고 지적합니다. 각종 매체의 발달로 인해 종이책이 천대를 받는 시절이다 보니 전업 작가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다음으로, 글을 써서 유명 인사가 되고 싶다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좋다며 소수의 유명 작가가 있지만 글밭에서 유명 인사가 되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고 강조합니다. 셋째, 죽는 날까지 돈벌이가 아니라 영혼을 갈고 닦는 향기 그윽한 인품을 작품 속에 선보여 독자의 마음을 쟁이라고 충고합니다. 넷째, 글과 행동을 통해 남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하고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살 작정을 하라고 가르칩니다. 다섯째, 스승은 자신을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찾아 나서야 한다며, 책 한 권을 잘 읽으면 글쓴이가 곧 스승이니 적어도 1000권의 책을 읽어 1천명의 스승을 모시라고 권유합니다.

이어진 다섯 가지 충고 역시 문학도들이 지녀야 할 덕목들입니다. 여섯째, 문학밭에서 이름난 사람에게 엄중한 문학비평을 하되 시샘과 질투로 비난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 일곱째, 문학 모임이나 문학잡지에 애정을 갖고 참여해 뭐든 거들고 돕는 사람이 되어라. 여덟째, 글이든 삶이든 실패 없는 인생은 진화할 수 없는 돌멩이와 다를 바 없으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아홉째, 선비다운 선비가 되어라. 참선비가 되려면 사리에 밝고 도량이 넓으며 어질고 남을 먼저 세우는 자비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게 기쁨이 되도록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라.

열 가지 중 한두 가지를 제외하면 상당 부분에서 많은 공감이 갑니다. 여기에 필자가 평소 간직하고 있던 생각을 몇 가지 더 살짝 얹어 봅니다.

먼저, 잘 쓰든 못 쓰든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해 문단에서 잊혀지는 인물이 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출중한 작품 한두 편을 쓰고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한 행태는 치열하게 공부했던 작가로서의 인생과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발표 지면을 얻기 위해서, 문단의 벼슬을 얻기 위해서, 아무 곳이나 기웃거리는 태도는 볼썽사납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인성과 작품 내용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남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무수히 받는 사람이 작품 속에서는 정의와 공정을 논한다면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겠지요. 마지막으로 글을 쓴다는 사실을 자랑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글을 쓰는 것을 수신(修身)의 한 방편으로 갈음하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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