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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소설가·전 단양교육장

텔레비전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허당을 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덤벙거리고 치밀하지 못해서 연방 실수를 하는 한편으로, 머리에 든 것은 많은데 어느 상식적인 일면에서는 무식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있어 저절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지극히 인간적인 면까지 갖추고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친밀감이 가는 허당을 보는 재미는 찰진 먹거리를 씹듯 쫀쫀하고 감미롭습니다.

허당의 뜻을 사전에서 찾으면 '헛일·헛방을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 진지하지 않고 철이 없는 사람을 나타낼 때 쓰는 충청도 사투리. 하다의 제주도 방언'으로 정의됩니다.

텔레비전에 모습을 보인 여러 허당 중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가수 겸 탤런트인 이승기입니다. 그는 '1박2일'에 출연해 평소의 똑똑하고 이지적이며 귀공자다운 모습이 무색하도록 엉뚱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지극히 상식적인 것에 취약점을 드러내기도 했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또한 다반사여서 실수를 한다든지 엉뚱한 곳을 헤매는 것이 일상이어서, 몇 회 출연하지 않아 허당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모두를 웃음 짓게 했습니다. 연출된 이미지겠지만 조금 모자라고 덜떨어져 인간적인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담뿍 안겼습니다.

요즘 떠오르는 대세 허당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라는 연속극에 출연하는 정마리 역의 이하나입니다. 그녀는 '엄친딸'입니다. 외국어고, 명문대, 명문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줄곧 우등생·모범생으로 달려왔습니다. 쓸데없는 곳에 승부욕이 강하고 엉뚱하면서 단순합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의 어긋남도 없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모른 채 살아왔습니다. 엄친딸답게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해서 알바를 전전하며 뒤늦게 사춘기를 겪습니다. 때문에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하고 인생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됩니다. 허당답게 술을 마시면 주사가 살짝 나옵니다.

실생활에서 부딪친다면 답답하고 한심해 보이겠지만 방송극 속의 모습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정감을 느끼게 되고 푸근하고 인간적인 인상을 줍니다. 외모 또한 커다랗고 순한 눈에 착한 얼굴이어서 허당의 이미지에 잘 부합됩니다.

텔레비전의 여러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이처럼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허당이 조미료처럼 꼭 배치됩니다. 허당은, 허당이되 여타 인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얻도록 하려는 제작진의 의도일 터.

눈을 돌려 이 사회를 돌아보면 그런 허당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복잡함, 겉모습의 화려함, 끊임없이 분출하는 소음, 실타래처럼 엉킨 이익, 과소비가 익숙한 사회'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지는 않으나 조용하고 친절하며 조금은 엉뚱하나 인간적인 매력을 담뿍 지닌 허당들이 다수 발견됩니다. 필자의 주변에도 그런 허당은 두루 존재합니다. 교육자도 있고, 문인도 있고, 법조인도 있습니다. 명예훼손이 우려되어 그들의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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