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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새해를 맞았다지만 코로나로 인해 칩거생활이 지속되는 요즈음, 여행에 대한 욕구는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특히 해외여행에 대해 아련한 그리움이 생기는 것은 숨길 수가 없더군요. 못 나가다 보니 과거의 여행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필자는 특히 아프리카의 북부에 위치한 모로코 여행을 즐겨 상기합니다. 모로코는 생애(生涯) 한번은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자주 소개되는 곳입니다. 필자기 그곳을 다녀온 것은 3년 전의 서유럽 여행길에서였지요. 바람이 스치듯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색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스페인 남단의 조그만 포구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지중해를 건너자 모로코의 북부도시 탕헤르가 모습을 나타내더군요. 모로코는 국왕 중심의 입헌군주국가로 국민소득이 삼천 달러가 조금 넘는 빈국(貧國)입니다. 때문에 부두의 모습부터 스페인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배를 내려 자동차 승차장까지 가는 길이 경사가 심한 콘크리트 포장의 오르막길이었습니다. 그 오르막길을 1유로를 내면 도열해 있는 젊은이들 중 한 명이 달려들어 들고 있는 짐의 운반을 책임졌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도 5유로를 내면 무거운 캐리어를 방 앞까지 배달했습니다. 젊은이들이 특별한 직업을 얻기 힘들어 그렇게 단순노동으로 생계를 잇는다고 하더군요.

바닷가에 위치해 지중해의 모습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호텔은, 경관은 그만이었지만 시설이 엉망이었습니다.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는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쑤셔 박힐 듯한 위기감을 주었고,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텔레비전은 꼭 손바닥만한 것이 리모컨 없이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구식 제품이었습니다.

이튿날, 버스를 타고 페스로 가는 길. 가이드는 쉴 새 없이 모로코의 사정을 전했습니다. 낮은 국민소득 때문에 평균 수명이 낮아 예순만 넘기면 장수하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나라여서 이혼을 하려면 첫째 부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기면 그 부인은 남편에게 맞아죽는다고 해 모두는 실소했습니다.

다섯 시간을 달려 페스에 도착했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세계 최대의 미로로 알려진 구시가지 메디나였습니다. 적군이 대거 밀고 들어올 수 없도록 방어용으로 만들어졌다는 메디나는 중세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더군요. 거의 만여 개에 이르는 협소한 골목은 좁았다 넓어지고 곧게 뻗었다 구부러지곤 하여 완벽한 미로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햇볕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좁고 복잡한 골목, 영세한 구멍가게들, 가파른 비탈길들이 순서 없이 뒤엉킨 모습은 비록 외적의 침입에서 살아남고자 설계한 도시라곤 하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환경이 너무도 열악했습니다. 가이드는 주민들이 폐쇄적이어서 촬영을 싫어할 뿐 아니라 소매치기 또한 많다고 경각심을 주어 제대로 구경하기조차 힘들더군요.

저녁에는 카사블랑카의 호텔에 머물렀습니다. 유명한 영화가 제작된 도시였지만 정작 촬영된 곳은 허리우드라고 했습니다. 배우들은 현지에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호텔이 해변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거리에 마약중독자들이 들끓는다고 하여 바깥출입은 시도조차 하질 못했습니다.

이튿날, 다시 지중해를 건넜습니다. 그렇게 스치듯 2박 3일 동안 모로코를 돌아보며 꼭 우리나라의 과거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80년대 이전 우리나라를 다녀간 외국인들이 필자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때문에 매일 매일이 시끄러운 나날이지만 모로코 국민들보다 휠씬 나은 삶을 살게 된 이 나라의 오늘이 조금은 자랑스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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