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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이사 없이 같은 아파트에 오래 살다보니 세월 따라 낡아지는 시설 때문에 겪게 되는 고충이 간혹 생깁니다. 큰 고장이 생겨 겪는 불편이 아니라 아주 소소한 원인 때문에 마주하게 되는 불편함입니다.

2년 전인가, 어느 날부터 출입문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을 열었다 닫으면 도어 클로저의 윗부분이 문틀에 걸리곤 했습니다. 때문에 그때마다 일부러 손을 뻗어 도어 클로저를 아래로 잡아당긴 뒤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 싶어 살펴봤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문이 조금 틀어졌나 싶어 관리사무소의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급히 쫓아와 살펴 본 그마저도 원인을 찾지 못하더군요. 별 수 없이 불편한 대로 문틀에 걸리는 도어 클로저를 일일이 손으로 끌어내리며 문을 닫는 생활을 한동안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을 다녀가게 된 지인이 문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도어 클로저가 고장 났으니 교체하라고 일러줬습니다. 서둘러 그것을 뜯어보니 연결 부위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으로 교체를 하고나니 언제 그랬더냐 싶게 문은 부드럽게 닫혔습니다. 그 후로 한참 동안 외출할 때마다 부드럽게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잔잔한 기쁨을 맛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출입문과 관련해 불편을 느낀 경험이 또 있습니다. 문을 열었을 때 문을 고정시키는 말굽이 제대로 작용을 못해 스르르 미끄러지며 닫히는 일이 상당 기간 지속됐습니다. 말굽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 보았지만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값이 제법 비싼 원터치식을 구입해 교체해 보았지만 여전했습니다. 불편함을 견디다 못해 단골 철물점의 주인에게 문의했더니 말굽의 위치를 조금 올리라고 일러주더군요. 바로 드릴을 이용해 위치를 조금 올렸더니 언제 그랬더냐 싶게 제대로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소소한 기쁨이 한참동안 곁을 맴돌았습니다.

베란다 새시의 창문도 한동안 말썽을 부렸습니다. 닫거나 열 때 끼익하고 금속성을 발해 고막을 자극하곤 했지요. 우리네 가족이야 그 소리를 참으면 됐지만 이웃을 생각하면 조금 미안했습니다. 특히나 야심한 밤이나 새벽에 문을 열라치면 보통으로 신경 쓰이는 게 아니더군요. 때문에 레일에 양초칠을 해 보기도 했고 윤활유를 뿌려보기도 했지만 변화가 없었습니다. 상당한 기간 동안 불편을 감수하며 지내다 하루는 문의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관찰을 했습니다. 문의 양쪽으로 아랫부분에 작은 구멍이 두 개씩 있더군요. 옳다구나 싶어 그곳에 윤활유를 주입했더니 듣기 싫은 소리는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이 역시 작은 발견이 준 소소한 기쁨입니다.

주방의 렌지후드 이야기도 해야겠습니다. 어느 날부터인지 렌지후드의 팬이 돌지를 않았습니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문을 모두 열고 요리를 하면 됐지만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거나 날씨가 추우면 문제가 되었습니다. 렌지후드 위의 망을 열고 속을 들여다봤지만 도무지 고장의 원인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아무래도 팬에 기름때가 끼어 그러리라 생각해 윤활유를 뿌려보기도 했고, 스티커 제거제를 뿌려보기도 했지만 원인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팬을 돌리면 정상적으로 돌았지만 그때뿐으로 다음번에 스위치를 누르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서비스센터에 연락했는데 과정이 조금 복잡했습니다. 카톡을 이용해 한참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에야 고장의 원인을 모터로 추정했습니다. 이틀 후인가 기술자가 방문해 모터를 교체하자 언제 그랬더냐 싶게 팬은 힘차게 돌았습니다. 시원하게 돌아가는 팬을 볼 때마다 필자의 마음 또한 후련했습니다. 그야말로 소소한 기쁨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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