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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저기, 아빠, 이거."

바쁘게 출근을 준비하는 아빠 앞에 7살짜리 딸아이가 다가오더니 주춤거립니다. 아빠는 사랑스런 눈길을 딸에게 줍니다.

"왜?"

잠시 부끄러운 몸짓으로 망설이던 아이는 등 뒤로 감추었던 것을 조심스럽게 아빠 앞에 내밉니다. 앙증맞은 두 손에 예쁜 꽃그림이 그려진 편지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아빠에게 주는 편지? 엄마가 죽은 다음부터는 말이 없어진 딸아이이기에 의외입니다.

"그래, 고맙다. 잘 읽을게."

아이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준 뒤 출근길에 오릅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마침 월요일이어서 회의 준비 등으로 바빠 허둥지둥하느라 딸아이가 준 편지는 까맣게 잊고 지냅니다. 그러다 퇴근 무렵에 이르러서야 딸아이의 편지가 생각나 급히 꺼냅니다. 봉투 안에는 작은 메모지와 함께 5천원이 들어 있습니다.

'아빠, 엄마가 돌아가셔서 힘들지? 어제 보니 아빠의 양말에 구멍이 나 있었어요. 그런데 나는 엄마처럼 아빠의 양말을 꿰맬 수가 없어서 미안해요. 대신 5천원을 줄 테니 양말 사 신어요. 아빠의 양말에 구멍이 나면 내가 창피해. 앞으로는 내가 엄마 노릇 잘할 테니 울지 말고…. 아빠, 사랑해. 양말 꼭 사 신어!'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난 지 어느 새 일 년입니다. 늘 허전했던 마음이 조금은 따스함으로 채워진 기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런 딸, 7살짜리 아내의 자상한 관심 덕분에.

어느 젊은 가장의 슬픈 독백을 옮긴 것입니다. 이번에는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인 어느 단란한 가정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항상 가족을 위해 맛있고 영양 많은 식사를 마련하는 엄마는 오늘따라 더 분주하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느라 그만 식초병을 참기름병으로 착각을 하고는 찌개에 넣습니다. 순간 아차 했지만,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버리기 아까워 그냥 식탁에 올려놓습니다.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자 식사가 시작됩니다. 중학생 큰딸이 찌개 맛을 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합니다.

"엄마, 찌개 맛이 이상해요. 너무 시큼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요."

그러자 초등학생인 둘째 딸도 기다렸다는 듯 언니를 따라 불평을 합니다.

"이게 뭐야. 이걸 대체 어떻게 먹어요?"

엄마는 자식들의 불평에 미안해하며 아무 말도 못합니다. 가만히 두 딸을 지켜보던 아빠가 말합니다.

"어디, 맛 좀 보자. 음, 조금 시큼하긴 하구나. 하지만 참고 먹을 만한데. 엄마가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를 한 것을 보니 혹시 엄마에게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았나 싶어 아빠는 그것이 더 걱정이구나. 우리, 엄마의 걱정거리가 뭔지 그것부터 먼저 알아보는 것이 순서 아닐까?"

순간 딸들의 얼굴에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묻어납니다. 딸들은 엄마에게 용서를 구한 뒤 다시 식사를 시작합니다. 아내를 감싸주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금세 분위기가 달라진 것입니다.

'부재할 때/ 소중함을 깨닫고/ 존재할 때/ 당연함을 느끼는 우리는// 건강을 잃고서야/ 그 간절함을 알고/ 가족을 잃고서야/ 그 감사함을 알고/ 젊음을 잃고서야/ 그 찬란함을 안다.// 언제나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당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있다.'

최성필 시인의 표현처럼 소중한 것들은 분명 우리가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중 인간성의 배경이 되는 가정이 으뜸이 아닐까 싶네요. 흐르는 물도 바위 절벽을 만나야 아름다운 폭포가 되고, 석양도 구름을 만나야 붉은 노을이 되어 곱게 빛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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