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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아동문학가 홍종의 씨는 말합니다.

'모과는 분명 과일임에도 생김새나 맛 때문인지 반짝 한철이 지나면 찾는 사람이 없어 과일가게에서도 깨끗이 사라진다. 특히 모과나무는 시골의 산비탈이나 마당가 또는 불모지에 있는 듯 없는 듯 서 있어 잎 떨군 뒤 노란 모과나 매달고 있어야 그 존재가 확실해진다.'

'지난해 늦가을에 모과 세 알을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크기도 제 각각이고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기다 못해 긁히고 파여 모과 특유의 빛깔조차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보내준 성의 때문에 마지못해 수돗물로 박박 씻고 나서야 그런대로 꼴이 잡혔다.'

'시간이 흐르자 모과는 짙은 갈색으로 변질되어 노란 빛이라고는 한 점도 찾을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다른 과일처럼 물러서 주저앉지도 않았고 거북하게 곰팡이도 피어있지 않았다. 색깔만 변했을 뿐 모과는 처음 그대로의 형태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채였다.'

'모과가 버틴 시간은 모과니까 가능한 것이었고 썩어가면서도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뿜어냈기 때문에 무관심 속에 허용된 일이었다.'

'차를 담그기 위해 모과를 잘라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단단한 과육으로 인해 어지간한 힘으로는 조각을 내기 어려운 과일이다. 썩은 모과를 잘라서 버리기 위해 칼을 드니 끈적거리고 미끈한 진액을 두르고 있는 겉껍질에서 칼날이 잠시 멈칫했지만 과육은 힘을 풀고 오히려 칼날이 닿기 전 스스로 몸을 풀어헤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힘없이 드러난 모과의 과육은 투박하게 짠 삼베처럼 볼품없는 섬유질 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 섬유질 덩이를 칼끝으로 헤치자 씨방이 드러나고 그 씨방에는 실하디 실한 씨앗들이 한 가득이었다.'

선물로 받은 모과 세 알이 썩자 그것을 버리기 위해 칼로 잘라보니 과육이 스펀지처럼 변한 그 아래 자리한 씨앗들이 하얀 촉을 내밀고 있어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는 내용의 글을 중간 중간 발췌한 것입니다. 필자에게도 같은 경험이 존재하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필자가 같은 경험을 한 것은 몇 해 전입니다. 필자의 농장에 모과나무 세 그루가 있습니다. 수령 삼십 년이 넘었기에 해마다 상당히 많은 양의 모과가 달립니다. 늦가을이 되면 그것들은 노랗게 물든 채 잎이 떨어진 가지에 올망졸망 매달려있다가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제 몸무게를 못 이겨 하나하나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마련입니다.

워낙에 많이 달려 있는 모과들이다 보니 거의 다 떨어질 때쯤이면 바닥을 노랗게 물들입니다. 그것들을 주워 살펴보면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 있기 마련이지요. 나무에 달려 있는 상태로 깨끗이 수확하고 싶지만 나무가 너무 크다 보니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모과는 효용성이 떨어지다 보니 수확을 하여도 그다지 뚜렷한 판로가 없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을 그냥 놓아둡니다. 운이 좋은 녀석들만이 바구니에 담겨 필자의 아파트로 옮겨져 겨울 내내 짙은 향기를 풍기게 되지요. 그러다 상처를 중심으로 퍼진 짙은 갈색이 몸 전체를 덮을 즈음이면 속절없이 버려집니다.

그런데 어느 해 봄인가 버려지기 직전의 그것들을 칼로 쪼개어 보았더니 옹기종기 모인 씨앗들에서 하얀 촉이 돋고 있었습니다. 그냥 버리기엔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키려는 그 노력이 너무도 가상해 베란다에 묘판을 마련하고는 정성껏 심었습니다.

무럭무럭 자란 묘목들은 지금 필자의 농장 가장자리에 촘촘히 심겨져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그것들은 울타리를 이루며 노랗고 튼실한 열매를 마음껏 자랑하겠지요. 비록 쓸모는 별로 없지만 풍요로운 가을을 상징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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