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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5.10 16:31:21
  • 최종수정2022.05.10 16:31:21

최종웅

소설가

청주 육거리 시장은 재래시장인데 정치무대로도 유명하다. 역대 대통령 후보치고 이곳을 다녀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대선이나 총선이 있을 때면 장을 보기가 어려울 만큼 정치인이 뻔질나게 들락거린다. 서민을 위해 민생현장을 찾는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 많은 정치인이 찾은 육거리 시장은 지금쯤 세계적인 시장으로 현대화됐어야 맞다. 박정희·김대중이 찾던 육거리 시장이나 윤석열·이재명이 찾은 육거리 시장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주차장은 비좁고, 상인은 냉·온방이 안 되는 마당에서 물건을 사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육거리 시장을 찾은 정치인은 민생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게 아니라 선전효과만을 노린 게 아닌가.

그런 육거리 시장 한쪽에 선전효과만을 노리는 정치만큼 치열한 정쟁을 보여주는 현장이 있다.

바로 닭이나 오리 등을 파는 곳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산닭을 즉석에서 잡아다가 삼계탕을 끓여야 맛있다고 찾는 사람이 줄을 선다.

비좁은 철창에 갇힌 닭은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금방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 얼마나 절박한 처지인가.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나도 죽고 너도 죽을 운명이니 죽을 때까진 서로 싸우지 말자고 위로해야 되는 게 아닌가. 주인이 한눈이라도 팔 때 탈출하자고 모의하는 게 정상이다.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정치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우리 정치판은 정쟁을 하다가 외침을 받고 나라까지 빼앗긴 특성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임진왜란이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것인가로 옥신각신하다가 직접 살펴보고 오자며 떠난 사신이 정확한 상황파악을 위해 경쟁하는 게 아니라 상대 주장을 무조건 반대하는 경쟁을 했다.

왜놈이라고 무시하던 일본의 침략을 받고 수난을 당하다가 명의 지원으로 겨우 물리칠 수 있었다. 아직도 일본엔 조선 사람의 귀를 잘라다가 무덤을 만든 귀 무덤이 있다니 얼마나 잔인한 전쟁인가.

자자손손 정쟁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하는 역사인데도 전혀 달라지지 않다가 38년 만에 또 병자호란을 맞았다.

오죽 급했으면 인조가 강화도로 피란 갈 새가 없어서 남한산성으로 갔겠는가. 삭풍이 몰아치는 남한산성에서 한겨울을 버티자니 부족하지 않은 게 없었다.

임금도 제때 수라를 들 수 없었다하니 백성은 오죽했겠는가. 육거리 시장 닭장에 갇힌 신세보다도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청군을 물리치는데 힘을 모았어도 살 수 없었는데 눈만 뜨면 싸움질을 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니 화해하자며 항서를 쓰면, 그것을 뺏어 찢어버렸고, 그것을 주워서 풀로 붙이는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임금이 청 태종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면서 항복하는 국치를 겪었다. 너무 창피해서 역사학자까지도 언급하길 꺼리는 게 삼전도 항복이다.

그 고질병은 마침내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다투는 골육상쟁으로 이어져 멸문지화는 물론 나라를 일본에 넘겨주고 말았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침략을 당한 게 6·25 사변이고 수백만 명이 살상 당했다. 그 참상은 6·25 노래에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정상적인 사람이면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치욕이다.

그때 우릴 살상한 원수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우릴 도와주었던 동맹을 원수처럼 대하기도 한다.

국제 관계야 정세가 변하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6·25 전야처럼 전쟁위기가 고조되는데도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핵으로 우릴 섬멸하겠다고 경고해도 겁을 내지 않는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하면 전쟁광이라고 몰아붙인다. 죽음을 앞둔 닭이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꼴 아닌가.

국내 문제는 정쟁을 하더라도 안보 문제만은 초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삼전도 항복과 같은 치욕의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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