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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4.05 16:06:31
  • 최종수정2022.04.05 16:06:30

최종웅

소설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대만과 한국이다. 대만은 안보의식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정파싸움에 팔려있다.

대만은 미군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해도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4.5%에 불과하다. 이것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오히려 일본이 개입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3.1%로 미국보다 8% 이상 높지만 이 역시 작년보다는 15% 이상 감소한 것이다.

국방력을 키우자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을 1년으로 줄여 사실상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을 다시 연장하자는 주장이다.

대만은 3년까지 의무복무제를 실시하다가 2008년 1년으로 줄였다.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었다는 점은 우리와 비슷하다.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군 창설 100주년이자 시진핑 4연임이 결정되는 2027년경 대만을 통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대만의 국방력은 중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방비는 중국의 17분의 1, 병력은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대만은 무기를 개량하고 병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월 예비군 동원 조직을 신설하고 14일간 시범훈련도 실시했다.

중국이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경우 미군 개입을 막으려고 대만 주위부터 봉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갖춘 스텔스 초계함, 신형 상륙함 등을 배치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핵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다.

대만이 범국가적으로 대비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여전히 지방선거 등 감투싸움에 여념이 없다.

북한은 정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해 12차례의 미사일 발사로 2018년 선언한 핵과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인 모라토리엄을 파기해 버렸다.

북한이 비핵화의 상징으로 폭파한 풍계리 핵 실험장을 복구한 것은 곧 핵실험도 실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꼴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핵화를 달성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동참할 때도 불가능했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건 세계정세가 변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 경제적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적대관계로 변했다.

사실상 대북제재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한미일이 결속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할 때 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그렇게 하더라도 대북경계태세를 강화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꼴이 날 수밖에 없다.

우선 9·19 군사합의는 마땅히 폐기해야 한다. 대선을 하루 앞둔 3월 8일 북한 경비정이 NLL을 월선하는 등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전방초소(GP) 철거 등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탈북자가 비무장 지대를 넘어와도 적발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실탄사격까지 금지함에 따라 총 한 방 안 쏴 보고 전역하는 병사도 있다.

그다음은 대공정보·수사역량을 재정비 강화해야 한다.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을 활성화하는 일이 급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박물관에나 보내자고 선언한 이후 국가보안법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국정원 경찰 안보지원사 등을 주축으로 한 대북 정보·수사기능을 되살려 놓아야 한다.

이보다 중요한 일은 북한 주민이 스스로 반체제 활동에 나서게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대북심리전활동이다. 북한 주민의 눈을 뜨게 하는데 기여했던 대북전단을 재개하는 일이 그 핵심이다.

특히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어떤 근거로 나왔기에 종전선언을 그토록 집요하게 추진한 것인지, 그로인한 안보적인 피해는 어느 만큼인지도 반드시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북핵 등 안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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