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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1.04 16:29:52
  • 최종수정2022.01.04 16:29:52

최종웅

소설가

박근혜는 석방이 기쁘지 않다. 답답할 뿐이다. 날 부패한 대통령으로 탄핵하고 5년 동안이나 감옥에 가두었다.

뇌물죄로 옥살이를 한 대통령이 방 한 칸이 없어서 엄동설한에 집을 구하러 다닐 수 있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처럼 청빈한 대통령은 없다. 내가 부정부패를 해서 돈을 뜯으면 어디에 쓰겠는가.

부모자식이 없는데다 남편도 없다, 천지간에 혼자뿐인데 어디에 쓰려고 돈을 뜯겠나. 죽을 때까지 산해진미만 먹는다고 해도 10억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좋은 옷만 사서 입는다고 해도 10억이면 족하다.

평생 유람만 다닌다고 해도 10억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많게 잡아도 백억이면 충분한데 내 재산이 얼마인가. 내곡동 집만 해도 2백억이 넘었다.

박근혜는 벌떡 일어나 창밖을 본다. 이 한을 풀지 않고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맨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윤석열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다. 어떻게 그렇게 혹독할 수 있나.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금방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노려보다가 눈을 감고 만다. 윤석열은 한낱 하수인일 뿐이다. 시킨 놈이 더 나쁘다. 아무리 위에서 시키더라도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나.

주먹을 불끈 쥐고 휘두른다. 허공엔 촛불이 번쩍인다. 함성도 들린다.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군중의 함성에 놀라 귀를 막는다.

어디서 그게 아니란 소리가 들린다. 하수인에게 복수하는 것은 두 번 죽는 꼴이라고 외친다.

아무리 미워도 위기에 처한 원수를 구(救)해주라고 시킨다. 박근혜는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석방한 것은 결코 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윤석열과 싸우란 뜻이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면 어부지리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보수가 분열해서 진보 대통령이 탄생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난 영원히 죽는 것이다. 노무현이 부활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억울해도 명예를 회복시켜줄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어째서 그 사람이 하필 윤석열인가. 하늘이 원망스럽다. 창밖으로 뛰어내리기라도 할 듯 문을 힘껏 연다. 막 발을 올리려고 하는데 다급한 외침이 들린다.

정녕 두 번 죽고 싶으냐고 묻는다. 한번 죽은 것도 억울한데 두 번 죽고 싶으냐고 소리친다.

박근혜는 창문을 닫고 만다. 내가 살 길은 분명하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뿐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윤석열을 만나야 한다. 만나서 제발 날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살려 달라고 애원할 게 아니라 방방곡곡을 뛰어다니자. 내 원수 윤석열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자. 날 사랑하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줘야만 노무현처럼 부활할 수 있다고 호소하자.

박근혜의 얼굴에 화기가 돈다. 비로소 희망이 생기는 것 같다. 맨 먼저 대구로 달려가자. 서문시장에 좌판을 깔고 선거운동을 하자.

그러면 못 나와도 90%는 나올 것이다. 대구 민심을 돌려놓고 어디로 갈까? 아냐, 혼자 다닐 게 아니다.

윤석열을 불러서 함께 다니자. 다정히 손을 잡고 전국을 돌자. 박근혜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진다. 윤석열보다 나쁜 놈이 있다. 나와 한솥밥을 먹던 놈들이 날 배신했다.

그것은 적이 아니라 원수다. 원수보다 더 나쁜 악마다. 그렇게 날 배신해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놈들이 정권교체를 하게 해달라고 떠들고 있다.

그 간교한 놈들을 처단하지 않고는 눈을 감을 수 없다. 박근혜의 가슴이 뛴다. 당장 무슨 일이든 하지 않고는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어디선가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정녕 세 번 죽고 싶은 것이냐고 다그친다. 태산이 되고 싶으면, 망망대해가 되고 싶으면, 원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네가 세 번 죽지 않고 부활하는 것이다.

난 기필코 부활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미주알 고주알을 떠들고 다니는 철부지 때문이다. 추미애와 역할을 교환한 듯 낙선운동을 하고 있다.

저 또한 내 탓 아닌가. 박근혜는 염불하듯 윤석열을 구(救)해야 한다고 잠꼬대를 하다가 꿈에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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