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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1.09 16:27:05
  • 최종수정2021.11.09 16:27:05

최종웅

소설가

달빛이 휘황한 가을밤이면 한 소절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라고 시작하는 가곡이다.

이 노래는 이별을 애달파하는 가사도 좋지만 작사가 박목월의 애틋한 사랑 얘기가 더 감동적이다.

그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강의할 때 여제자와 사랑에 빠졌다. 주변의 눈총을 피해 어느 섬으로 도망을 가 살림을 차렸다.

부인이 찾아가서 사는 모습을 보니 너무 불쌍했다.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살림을 장만해주고 올라왔다.

그날 밤 박목월은 제자와의 사련(邪戀)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이별의 노래'란 시를 지었다.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란 가사에서 이별이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을 읽으면서 이재명 후보가 연상되는 것은 그도 한때 사련에 빠졌을 수도 있을 것이란 가정 때문이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사련일지라도 아름다운 것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일수록 아름답게 끝을 맺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치열한 경선을 거쳐 집권당 공천을 따낸 후보라면 거의 대통령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역대 대선 후보 중에 이재명만큼 소문이 무성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대통령이 되려고 마음조차 먹지 못하는 범인(凡人)도 이처럼 소문이 자자한 경우는 흔치 않다.

여자 문제만으로도 혼란한데 조폭 연루설, 검사 사칭, 형수 욕설, 친형 정신병원 입원, 음주운전, 대장동 의혹 등 헤아릴 수 없는 소문이 무성하다.

국민은 이런 대통령을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인물도 좋고, 품행도 단정하며, 능력도 탁월한 대통령을 고대할 것이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자신과 관련된 소문에 대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을 설득하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유창한 변명을 듣고 있으면 마치 위법하지 않으면 합당한 것이라고 교육하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국민은 적법한 대통령을 원하지만 존경하는 대통령도 바란다. 예를 들면 여배우와 사련에 빠졌더라도 누가 봐도 아름답게 헤어졌다면 인성(人性)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박목월 시인이 여제자와의 사랑을 애끓는 시로 승화했듯이 국민도 이렇게 품격 있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검사 사칭 문제도 마찬가지다. 불의를 처단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불가피하게 검사를 사칭했다는 식의 동기가 필요하다.

음주운전 문제도 그렇다. 친형의 정신병 때문에 급하게 응급실에 가기 위해 음주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나왔다면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대장동 의혹도 마찬가지다. 그 무렵 전국각지에서 택지개발을 했지만 유독 성남시만 가장 높은 값으로 땅을 수용해서 가장 저렴하게 분양했다는 실적이 화제가 되면 좋겠다.

이재명 시장이 밤을 새워 주민과 업자를 설득하고 다녔기 때문에 이룩한 업적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아다닌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조폭 연루성도 행정을 하다가 보면 각계각층을 만날 수밖에 없고, 조폭도 끊임없이 접근했지만 이재명 시장이 단연코 거부했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회자되면 좋겠다.

세상을 살다가 보면 시련에 빠질 수도 있다. 복잡한 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검사라는 직책을 사칭하거나 조폭을 이용해 간단히 해결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법치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일반인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하물며 대통령 후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다, 검사생활을 하면서 온갖 청탁을 받았지만 다 뿌리침으로써 오점을 남기지 않았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면 좋겠다.

특히 사업을 하는 처가에서 어려울 때마다 도와달라고 했지만 냉정하게 거절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면 얼마나 좋을까.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은 이런 사람이다.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음으로써 오해소지를 없애는 태도다.

결국 대통령은 소문도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다고 당당한 것은 범인이나 하는 짓이다.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풍문까지도 책임을 지기 때문에 하늘이 내리는 자리라고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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