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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7.05 15:36:52
  • 최종수정2022.07.05 15:36:52

최종웅

소설가

이범석 청주시장은 청주를 지하철이 달리는 100만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거창한 목표도 중요하지만 365일 다툼이 벌어지는 주차전쟁부터 해소하는 게 더 급하다는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청주 시내에서 운전하다보면 면허시험을 보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다. 도로 양쪽에 주차해 있는 차들 때문에 도저히 교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좁은 도로 중간에서 마주치면 앞으로 나갈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서로 먼저 비키라고 말싸움을 하다가 멱살잡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마술 같은 운전솜씨로 마주 오는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피해주거나, 20~30m를 후진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진땀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칫 다른 차를 긁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일 년 365일 청주시내 곳곳에서 벌어진다.

두 번째 문제는 자기 점포나 집 앞에 차를 대지 못하도록 방해물을 갖다놓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가게 앞에 남의 차가 주차하면 우리 손님이 주차를 못하고, 내 집 앞에 외지인이 주차하면 내 차가 주차할 수 없는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돌덩이, 폐타이어, 입간판 등을 갖다 놓음으로써 교통방해는 물론 사람이나 차가 다치게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청주시가 존재하는 것은 이런 갈등을 해결하라는 것인데 무정부 상태로 방치해놓고 세금은 꼬박꼬박 걷어간다.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서, 누구든 위반하면 철저히 단속해 주민 간에 싸움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기본임무다.

이 같은 주차전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쪽 면 주차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것만 잘해도 청주시내서 운전하기가 면허시험 보는 것처럼 어렵다는 소린 듣지 않을 것이다. 청주에서 운전하기 위해선 싸움도 잘해야 한다는 소리도 사라질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주차장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일이다. 모든 주차장이 100%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처벌 위주가 아니라 왜 활용하지 못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 해결해주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특히 모든 공한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비 지원은 물론 보유세 경감 등도 해줘야만 주차장 조성 붐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청주시가 청사 신축을 위해 철거한 부지를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할 경우 부근의 주차난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주차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한 승용차는 등록 거부를 검토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

일선에서 이런 일을 해야 할 주민센터는 댄스나 노래교실 운영에 팔려있다. 강의실을 마련하기 위해 수십억 원씩 들여 신축하는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주민교육을 담당하는 일선 학교는 교실이 남아돌아 폐교하거나 용도를 전환하고 있다. 주민교육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는 두 기관이 한쪽은 시설을 사장하는데 반해, 다른 쪽은 신축하는 데 돈을 쓰고 있다.

이범석 청주시장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행복한 청주시민'이라는 시정목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선거 때 단 한 표를 얻기 위해 뙤약볕에서 손을 흔들던 열정으로 한쪽 면 주차운동을 벌일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정종택 전 충북지사다. 40대에 충북지사로 부임해 지역사회를 놀라게 하는 일을 수없이 했다. 그때만 해도 주차난보다는 조기 청소가 중요한 일이었다.

새벽에 충주 제천서 청소를 하고 출근해 참모회의를 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감동적이다. 지금 충북지사나 청주시장이 그렇게 정열을 불태워야할 대상은 무엇일까.

김영환 지사, 이범석 시장을 비롯한 지방의원 등이 주차전쟁을 해결하는 일에 필사적으로 나선다면 주차난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주차 청소 등 기본적인 질서도 확립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지하철이 달리는 100만 도시를 건설할 수 있겠는가. 기본이 잘된 도시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선 허황한 꿈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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