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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9.14 15:51:46
  • 최종수정2021.09.14 15:51:46

최종웅

소설가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리다. 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여론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문제는 다수결 원칙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재난지원금을 많이 주는 게 좋으냐, 적게 주는 게 좋으냐는 여론조사를 했다고 치자.

많이 달라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빚을 지면서까지 재난지원금을 많이 주는 게 옳은 것은 아니란 뜻이다.

집권은 선거로 하고 정권을 잡기 위해선 퍼주기라도 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진 여론조사가 민의를 측정하는 유일한 수단이지만 수용할 게 있고 수용해선 안 되는 게 있다.

국가 지도자라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안목과 철학이 있어야만 나라를 바르게 경영할 수 있다.

여론이 높다고 망하는 길인 줄 알면서도 따른다면 지도자가 아니다. 요즘 언론에는 대선후보들이 허경영을 닮아간다는 탄식이 자주 등장한다.

허경영도 얼마 전 이를 조롱하는 소릴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사기꾼이나 협잡꾼이라고 욕하던 사람이 자신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허경영은 어떤 사람인가. 집권하면 전 국민에게 1억 원씩 주는 것은 물론이고 매달 수백만 원씩 봉급도 주겠다고 공약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낙선했다. 엄청난 돈을 주려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이냐는 방법도 제시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후보가 허경영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야 후보까지 전염시켜 마치 정치소설을 쓰는 경쟁이 벌어지는 듯하다.

소설은 허구다. 아무것도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설도 필연성이 있어야 감동을 준다.

대선후보들이 정치소설 같은 공약을 남발하면서 필연성조차 없으니 정치가 삼류소설 경쟁으로 전락했다고 탄식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배우 스캔들, 가족갈등 등으로 수신제가(修身齊家)도 못한 후보가 경선승리가 유력한 것은 퍼주기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보다 심각한 현안이 없는데도 아무도 비핵화를 거론조차 않는 것도 인기정책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는 다수결 원칙의 딜레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살기 위해서다. 정치인이 산다는 것은 당선된다는 뜻이다. 삼수갑산을 갈망정 하늘에 별이라도 따다주겠다는 공약을 남발 수밖에 없는 게 정치다.

요즘은 부정확하나마 여론조사 업체가 많아서 민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여론조사가 없던 시절엔 어떻게 했을까?

대책회의라는 기구가 선거 전략을 총괄했다. 통·반 등 행정조직을 동원해 가가호호의 성향을 파악했기 때문에 지금의 여론조사보다 정확했다.

정보정치가 가능했던 이유다. 정보정치는 독재를 했어도 빚을 후대에 떠넘기진 않았다.

지금은 여론조사를 도깨비방망이처럼 휘두르면서 정확성은 높이지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단일화도 하고 공천도 하면서 정확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고장 난 저울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하면서 고칠 생각을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의미에서 여론조사도 도량형기(度量衡器)로 봐야한다. 길이 무게 부피를 재는 자 저울 되 등은 제조·판매 등을 국가가 관리하듯이 여론조사도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업체가 난립해 있다. 프랑스나 일본은 20곳도 안 되지만 우린 76개나 된다.

영세업체가 난립했으니 조사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여기선 1등인데 저기선 꼴찌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통계가 민심을 현혹한다.

살아남기 위해 특정 후보와 야합할 수밖에 없고, 특정후보 지지를 유도하거나 통계를 조작하는 일도 서슴지 않다가 적발되기도 한다.

이게 여론정치의 덫이고 함정이다. 이 함정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사기행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가도 발전하기는커녕 퇴보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 독재체제만도 못하단 소릴 듣게 될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치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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