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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2.17 16:43:38
  • 최종수정2019.12.17 16:43:38

최종웅

소설가

며칠 전 서울에 다녀왔다. 모처럼 간 서울은 미세먼지로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서, 꽉 막힌 거리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을 보면서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서민으로 사느니 아파트를 팔아서 지방으로 내려가면 부자로 떵떵거리고 살 수 있을 텐데, 왜 서울을 고집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신문 한 장을 발견했다.

그 신문을 읽으면서 그 많은 사람이 서울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아파트 가격이 10억 넘게 뛰었다는 것이다.

경실련 조사에 의하면 청와대 전·현직 참모 65명을 조사한 결과 집값이 몇 억씩 뛴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청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지난 세월을 회상해 보았다. 맨 처음 한 칸짜리 전세로 출발해서 30평짜리 아파트에 정착하기까지 18번이나 이사했다.

직장에 출근하기 좋은 곳으로 쫓아다닌 게 대부분이었다. 셋방에서 내 집으로, 작은 집에서 좀 더 큰 집을 찾아다니다가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청주에서 서울로, 분당에서 청주로, 충주를 거쳐서 다시 청주로 돌아왔다. 청주에서도 사창동, 금천동, 오창 등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칠순 나이에 아파트라도 한 칸 지니고 사는 것도 그렇게 열심히 산 덕분이라고 자위하곤 한다.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서울에서 버텼어야 했다. 그게 교훈이고 후회였다.

어떻게든 서울에서 버텼다면 최소한 30평 아파트는 지닐 수 있었을 테고, 줄잡아 10억대의 재산가는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실패를 경험한 사람도 적지 않다.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교편생활을 하던 김정만이라는 지인이 떠올랐다.

교직에서 퇴직한 후 복잡한 서울에서 아옹다옹 사느니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혼자 오면 외로울 것 같아서 형제자매 등 5가구가 함께 내려왔다.

아파트를 판 돈으로 오창에 원룸을 한 채 샀고, 남은 돈으로 아파트도 구입했다.

한 달에 300~400만 원씩 나오는 월세로 호화롭진 못해도 부족할 것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만약 그가 서울에 그냥 버티고 있었다면 그 아파트 값은 10억이 훨씬 넘을 것이다. 오창 재산을 모두 정리해도 그 절반도 안될 것이다.

공기 좋은 곳을 찾아서 낙향한 사람이 감수해야만 하는 손해다.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10여 년 전 취직해서 서울로 올라가는 아들을 위해서 2억짜리 소형 아파트를 사줬다.

그 2억짜리 아파트가 7억으로 올랐다고 하니 서울에서 버틴 보상치고는 과분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에 골몰한 채 창밖을 내다보다가 버스전용차로가 눈에 들어왔다.

부동산에도 이런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모든 차가 꽉 막혀서 움직일 수가 없는데 버스전용차로만은 시원하게 뚫렸다.

시원하게 달리는 버스를 보면서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결국 그런 마음이 모여서 대중교통시대를 열었고 교통난도 해결할 수 있었다.

만약 아파트 정책에 버스전용차로와 같은 정책을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방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취득세를 감면하고, 지방세나 양도세도 경감해 주는 우대정책을 쓰면 다양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의 아파트 값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서울 거리도 뻥 뚫릴 것이고, 공기도 맑아질 것이다.

언젠가는 소멸할 것이란 위기감으로 어떻게든 서울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시골 사람의 불안 심리도 안정될 것이다.

서울과 지방이 골고루 잘 사는 금수강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 사람이 우월감을 느끼는 정책이 바로 서울 아파트 값을 잡고 지방의 폭락도 방지할 수있는 답이다.

부동산 정책에도 버스전용차로와 같은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할 때가 아닐까.

문제는 부동산을 담당하는 관리들이 서울 사람들이라서 시골 사람을 위한 정책은 결코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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