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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25 17:55:39
  • 최종수정2019.06.25 21:56:58

최종웅

소설가

초정 약수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소가 누워 있는 것처럼 완만한 능선이 보인다.

그게 바로 구녀산이다. 순한 소의 등허리처럼 완만해 보이지만 그 높이는 무려 484m나 된다.

청주권에 500m가 넘는 산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꽤 높은 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녀산은 전국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이 6가지나 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낙엽길이 20리나 펼쳐진다는 것이다.

순한 소의 등허리처럼 등산로가 완만한데, 그 완만한 오솔길에 낙엽이 푹신하게 쌓여있다.

언제 떨어져 쌓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처럼 포근하다.

그 길이 무려 20리나 되는데 그 길마다에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게 바로 두 번째 특징이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노라면 빨간 산딸기가 유혹을 한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숲으로 들어가면 산딸기가 아예 밭을 이루고 있다.

산딸기를 따먹으며 갈증을 풀고 있노라면 숲이 범상치 않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게 세 번째 특징이다.

줄잡아 백 년도 넘어 보이는 고목들은 장엄하다 못해 신비하기까지 하다.

그 신비함에 취해 있으면 등산객을 떨리게 만드는 전설이 들려온다. 이게 바로 네 번째 특징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에 하필 골육상쟁의 전설이 있는 걸까·

옛날 아들 하나와 아홉 딸이 살고 있었다. 이들 남매는 힘이  장사였지만 불화로 싸움이 잦았다는 것이다.

어느 날 남매는 목숨을 걸고 내기를 했다. 아들이 서울을 갔다가 오는 동안 딸들은 성을 쌓기로 한 것이다.

남매는 이 내기에 목숨을 걸기로 하였고. 아들이 서울로 출발했다.

5일째 되는 날 딸들은 성을 다 쌓아 가는데 아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 아들이 죽는 것을 막으려고 어머니는 꾀를 내었다.

팥죽을 한 솥 끓여서 딸들에게 먹으라고 했다. 팔팔 끓는 팥죽을 식혀 먹는 동안 아들은 도착했고, 아홉 딸은 약속대로 성에서 투신해 죽었다.

부질없는 불화로 아홉 누이를 잃은 아들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사가들이 지어낸 얘기라고 무시하기에는 아홉 딸과 그 부모의 묘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골육상쟁의 6,25전쟁을 DMZ 철조망이 증명하듯이 구녀산의 전설도 11기의 무덤이 증명하는 듯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마음 편히 등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보다 돼지우리를 걷는 것처럼 도처에 멧돼지의 흔적이 선명하다.

이게 다섯 번째 특징이다. 금방 변을 본 것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것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가끔 꿀꿀거리다가 사람 소리를  듣고 뚝 그치기도 했다.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멧돼지의 공포가 가시지 않는 산이다.

여섯 번째 특징은 주차장이 없다는 것이다. 초정 약수에서 종주할 수 있는 시발점 부근에는 주차장이 전혀 없다.

차를 몰고 안내판도 없는 길을 잘못 들어갔다가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구녀산에 주차장 하나가 없느냐는 생각을 하면 인근 좌구산이 생각난다.

괴신군에 있던 증평이 독립군으로 승격하자 좌구산을 명소로 만들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좌구산 옆의 저수지도 평범한 방죽이었지만 몇 년간 집중적인 투자를 하더니 좌구산과 쌍벽을 이루는 명소가 되었다.

구녀산 등산객의 불편이 이 정도라면 통합 청주시의 공원 정책도 광역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암산 상당산성 낙가산 등에 집착할 게 아니라 눈을 구녀산 두타산 구룡산 등 인근 지역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초정약수에 수백 억 원을 들여 세종대왕 행궁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녀산을 명소화 하는 게 더 급한 과제일 것이다.

구녀산의 낙엽길 이 십리를 전국 최고의 아름다운 등산로로 홍보해도 결코 손색이 없을 것이다.

소백산 철쭉이나 화왕산 억새처럼 구녀산 낙엽 길과 산딸기도 명소화한다면 초정 약수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게 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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