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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0.17 13:52:28
  • 최종수정2017.10.17 18:01:17

최종웅

소설가

난세는 영웅을 낳는다고 했다. 우리에게 난세는 외세의 침략을 받는 것이었다. 우린 얼마나 많은 침략을 받았을까· 무려 90여 회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록도 있다. 그때마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은 물리치고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을지문덕, 강감찬. 최영, 이순신 같은 장군들이 다 국난을 극복한 영웅들이다. 이상한 건 병자호란만은 영웅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전쟁이든 끈질긴 저항 끝에 적을 물리칠 수 있었지만 병자호란만은 왕이 무릎을 꿇고 항복한 전쟁이었다.

그만큼 굴욕적이었다는 것은 그 정도로 외침이 폭악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히 굴욕을 참고 국난을 극복한 주인공이 있었을 것이고, 마땅히 영웅으로 대접 받아야 할 것이다. 굳이 병자호란의 영웅을 들라면 척화를 주장한 김상헌과 임경업 장군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불행이 임경업 장군은 청과 단 한 번도 전투를 하지 못한 장수다. 청군은 임경업이 지키는 백마산성을 피해 서울로 진격했기 때문이다. 김상헌의 의기는 아직도 찌렁찌렁 울리는 듯하지만 죽어가는 백성을 살리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병자호란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일까. 당연히 최명길일 것이다. 만고역적이란 누명을 쓸 줄 알면서도 화친을 주장함으로써 더 큰 피해를 막았다는 공적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도 병자호란의 영웅을 최명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명길이 청과 내통한 반역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병자호란의 충신으로 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명길은 청군이 물러간 후 전란의 상처를 수습하는 일을 하면서 남한산성의 국치를 설욕할 궁리를 했다.

임경업 장군과 명의 도움을 받아 청을 치는 모의를 하다가 발각되어 청나라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옥살이를 하던 김상헌이 최명길을 발견하고 자손만대 영화를 누릴 줄 알았는데 어째서 투옥되었느냐는 눈길로 바라봤다.

두 사람은 나라를 위한 마음은 똑 같았으나 방법이 달랐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최명길이 만고역적이란 누명을 벗을 수 있는 증거였지만 병자호란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노라 삼각산아…" 라고 시작하는 김상헌의 시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최명길의 충정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부끄럽기 때문이다. 너무 창피한 항복이었기 때문에 감추고 싶었던 것이다.

병자호란은 어떤 전쟁보다도 처참한 것이었으니 감출 수가 없는 역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병자호란을 감추고 조선 역사를 논할 수는 없다. 이런 의식 때문인지 척화를 주장했던 김상헌의 후손은 영화를 누렸지만 최명길의 자손은 빛을 보지 못했다.

얼마 전 한 방송이 최명길의 묘소를 소개했다.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최명길 묘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전했다. 청주시 북이면 대율리에 묘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로 잊혀진 인물이었다.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장군 같은 영웅들의 유적이 사적지로 지정되어 국가의 관리를 받고 있지만, 유독 최명길 묘소만은 지방문화재에 불과하다. 손병희, 신채호, 이상설 같은 지역 출신 독립유공자들만큼의 예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게 합당한 대우일까. 우리가 새삼 최명길을 주목하는 것은 현실적인 외교와 굴욕을 참고 백성을 구한 희생정신 때문이다. 떠오르는 태양 같은 청을 무시함으로써 전쟁을 자초하였고, 청에게 포위된 남한산성에서까지 명을 군주로 섬기는 어처구니없는 외교로 나라가 망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위급한 상황이다. 그때는 민족이 분열되지는 않았다. 동족이 분열되어 동족상쟁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분오열하고 있다. 우린 김상헌인가. 아니면 최명길인가. 미국이 청일까 중국이 청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최명길 묘소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게 아닐까. 불안한 민심이 방황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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