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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5.31 15:32:19
  • 최종수정2022.05.31 15:32:19

최종웅

소설가

노영민·김영환의 각별한 인연이 한국 정치의 병폐를 고치는 역할로 결실을 맺을 순 없을까?

두 사람은 청주에서 낳아 청주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해 연세대를 졸업했다. 시국비판활동을 하다가 구속되어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기까지 했다.

교도소에서 나왔지만 살길이 막막하자 전기사업을 하기도 했다. 정계에 진출해선 노영민은 3선, 김영환은 4선 의원까지 지냈다.

맨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를 의심할 정도로 신기했다. 무슨 이유인지 야권에서 활동하던 두 후보는 여야로 나뉘어 충북지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한 사람은 승자가 될 것이고, 또 한 사람은 패자가 될 것이다. 낙선한 사람은 충북도정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지만, 승자는 전권을 휘두를 것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누가 떨어져도 아깝다는 사실이다.

만약 노영민이 당선되면 집권 여당에 인맥이 부족해 당장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고 청주도심에 지하철을 놓는 예산을 따오는데 한계를 느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김영환이 당선되면 정부·여당은 협조가 잘 되겠지만 야권과는 원만치 못할 것이다.

결국 반쪽짜리 지방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충북도민이 원하는 지방정부는 완벽한 것이다. 만약 노영민·김영환이 연정을 한다면 100점짜리가 될 게 분명하다.

요즘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게 바로 분열과 포퓰리즘인데, 승자독식 선거제도 때문에 파생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윤석열·이재명이 혈전을 벌인 끝에 윤석열이 0.73% 차이로 신승했지만 협치가 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그 원인은 당선된 사람은 승자로써 모든 권리를 독식하지만 패자는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생결단을 낼 정도로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 당사자도 불만이겠지만 유권자도 불만이다. 모든 유권자는 자신의 소중한 한 표가 국정에 반영되길 바란다.

만약 대선에서 떨어진 이재명이 획득한 표만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면 윤석열 정부와 적대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될 수만 있다면 국민도 협치가 안 된다고 불평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한낱 이상일 따름이다. 현실은 선거과정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주고받아서 원상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다.

더구나 윤석열과 이재명은 존립기반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사생결단을 낼만큼 지독하게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승자독식 선거문화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보수와 진보처럼 존립기반 자체가 다른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공동정부 구성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승자독식 문화를 개선하자는 주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은 그 폐해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갈린 것도 통탄할 일인데, 영호남으로 분열해 싸우더니 보수와 진보로 나뉘고, 또 남녀와 세대로까지 갈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는데도 뾰족한 대안이 없다.

한 가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게 바로 노영민·김영환이 경쟁하는 충북에서 연정을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모든 후보는 방송토론회에 나오면 자신을 홍보하는 것보다 상대를 흠집 내는데 치중하지만 노영민·김영환 토론회는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김영환 후보는 '참을 인(忍)' 자를 들고 나와 아무리 상대가 공격해도 절대 네거티브는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면서 끝까지 참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노영민도 그런 자세를 견지하려고 노력했다.

더구나 지방정부는 정치적으로 특정 정파에 속할 필요가 없다는 특성도 있다. 지방자치는 행정이지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이 충북도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한국 정치사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진기록이 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치의 암적 존재인 분열과 포퓰리즘을 극복하는 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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