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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2.08 15:46:57
  • 최종수정2022.02.08 15:46:57

최종웅

소설가

대통령 선거도 끝났다. 대망의 승리도 거뒀다. 그런데 기쁘지가 않다.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가 고민이다.

선거는 경쟁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유가 없었다. 막상 승리하고 나니 낙선했을 때보다 걱정이 많다.

비행장도 이전해야 하고 철도도 신설해야 하며, 고속도로도 놔줘야 한다. 이런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누구든 해야 할 일이니 양심에 걸리지는 않는다.

문제는 만나는 사람마다 돈을 더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남녀노소 표만 있으면 돈을 더 주겠다고는 약속을 남발했다.

헬기로 돈을 뿌린다고 해도 부족한 금액이다. 당초 대통령 출마를 결심할 때는 이런 대통령이 되고 싶진 않았다.

위대한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난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어쩌다가 빚쟁이가 되었단 말인가.

역대 대통령마다 닉네임이 있다. 박정희는 경제, 전두환은 단임, 노태우는 직선, 김대중은 민주, 김영삼은 IMF, 노무현은 탈권위, 이명박은 4대강, 박근혜는 탄핵, 문재인은 코로나를 연상케 한다.

난 무엇을 상징하는 대통령으로 불릴까. 빚쟁이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당선을 위해서 선심공약을 남발했고,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다 지키지 못한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힐 게 분명하다.

문제는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공약을 다 이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공약을 다 이행한다고 쳐도,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더 큰 문제다.

결국 빚을 낼 수밖에 없고, 빚을 내도 안 될 때는 돈을 찍는 수밖에 없다. 후손에게 잔뜩 빚을 지게하고 망하는 수밖에 없다.

당선인은 소름이 끼치는 공포감을 느낀다. 박정희처럼 경제를 발전시킨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게 아니라 연산군처럼 나라를 말아먹은 폭군으로 기억된다는 게 겁난다.

당선인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기왕 망국 대통령으로 기억될 바에야 차라리 약속을 못 지켰어도 포퓰리즘을 종식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다.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당선되기 위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데 누군들 포퓰리즘을 하지 않겠나.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제도가 잘 못된 것이다. 붕어빵을 만드는 기계로는 도저히 잉어 빵을 만들 수 없는 이치다. 단호한 결심을 하지 않으면 내가 망하는 것은 물론, 나라도 망할 수밖에 없다.

비록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지만, 전두환은 단임제를 정착시켰고 노태우는 체육관 선거를 직선제로 바꾼 것처럼 포퓰리즘으로 당선되었지만 포퓰리즘을 끝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는 길을 찾자.

당선인은 구체적인 일정을 구상한다.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첫 국무회의에서 중대선언을 할까.

아니다! 코로나를 퇴치하고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까지 참았다가 국회에 나가서 하자. 자칫 정쟁을 유발할 수도 있는데….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문제다. 앞으론 어떤 대통령 후보도 당선을 위해서 공약을 남발할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할 수 있는 공약은 국방·외교·안보 등 국가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분야로 제한해야 한다.

시장·군수 선거를 방불할 정도로 골목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것을 막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선거처럼 퍼주기를 하고서도 망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공약심사위원회를 설치해서 대선이 선심경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선거기간도 대폭 단축해야 한다. 5년 내내 연중무휴로 선거분위기에 취해있으니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나.

만약 대선만 없었다면 코로나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경제도 훨씬 잘 돌아갔을 것이다. 지금처럼 실업자가 넘쳐나진 않을 것이다.

모든 게 다 선거 때문이다. 이 병을 고치지 않고는 정상적인 나라가 될 수 없다. 당선인은 잠이 오지 않는다.

망국적인 선거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공약을 파기한 사기꾼 대통령으로 기억되더라도 얼마든지 공약을 부도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밤을 지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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