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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6.15 16:52:17
  • 최종수정2021.06.15 16:52:17

최종웅

소설가

동물의 세계는 철저히 약육강식이 지배한다. 초식동물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맹수가 있다.

일단 포획거리가 되면 사냥이 시작된다. 아무리 초식동물이라도 건강하면 맹수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맹수는 반드시 노약자만을 노린다.

인간은 다르다. 도시인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게 주차 문제다. 차 없이는 살 수 없는 도시에서 도저히 주차할 공간이 없는데도 세금은 꼬박꼬박 받아간다.

주차전쟁을 하다가 간신히 널찍한 공간을 발견하면 틀림없이 장애인 주차장이다. 그곳에 주차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때마다 인간은 약육강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애인에게 전용 주차장을 마련해 주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배려다. 예로부터 우리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효(孝)이고 두 번째는 장유유서(長幼有序)다.

이 두 가지 사상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알 수 있는 사례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단지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다. 오직 노인이라는 이유로 고궁 등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코로나 백신을 먼저 맞고 국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하는 노인이 많다. 코로나로부터 가장 먼저 보호받았다는 고마움이다. 더러는 고마운 줄을 모르는 노인도 있다.

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복잡한 지하철에서 선뜻 자리를 내주는 젊은이를 보면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노인에 대한 배려라서다.

문제는 노인에 대한 배려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준석 돌풍이 몰아치고 있을 때 정세균 전 총리가 장유유서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험난한 정치판에서 국회의원도 해보지 못한 젊은이가 어떻게 제일야당 대표를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꼰대라고 조롱했다. 정세균은 그 기세에 눌려 항변 한마디 못하고 꼬릴 내렸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주호영 등 중진들이 36세 청년 이준석에게 패한 것이다. 4,5선에 원내대표까지 역임함으로써 당 대표를 하기에 적합한 나이지만 꼰대로 매도당해 0선 청년에게 참패했다.

정권교체 열망이 이준석 돌풍으로 나타났다고 하지만, 정권교체나 국난타개의 비책을 제시해 호응을 받은 것도 아니다. 중진들이 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패한 것은 꼰대를 추방하기 위한 결속이라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민주당 등 각계로 확산해 갑자기 5,60대가 소외당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20년 전만해도 어림없었다. 실제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성향이 강한 노인들을 향해 어르신은 투표하지 말고 쉬라는 발언을 했다가 노인폄하 발언이라고 정치적인 위기를 맞기도 했다.

어째서 우리 사회가 약육강식으로 가는 걸까?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엔 이미 꼰대를 배척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었다. 코로나로 경제가 파탄 직전이었을 때 거리엔 공실이 늘어나고 있었다. 공실마다 입점한 게 노인요양원과 같은 복지시설이었다.

부모가 늙어서 병 들면 노인요양원에 보내는 게 유행처럼 퍼졌다는 증거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데 어떻게 늙은 부모를 봉양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농사 지으며 육칠 남매를 키우면서도 부모를 봉양했다고 하면 꼰대 같은 소리라고 비웃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혼하지 않으니 자식이 있을 리 없다. 결혼하더라도 자식을 낳지 않는 부부도 있다. 자식을 낳아봐야 늙어서 봉양도 못 받는다는 계산 때문이리라.

이런 세상은 결국 어떻게 될까? 장애인 주차장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같은 경노혜택도 폐지될 것이다. 생존능력이 없으면 도태당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

정권교체만큼 중요한 게 있다. 청년의 패기를 믿음직스러워하듯이 꼰대의 경륜도 소중히 생각하는 풍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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