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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9.13 17:09:47
  • 최종수정2022.09.13 19:41:14

최종웅

소설가

집무실 축소, 관사 폐지, 전화번호 공개 등으로 돌풍을 일으키던 김영환 지사가 '차 없는 도청'을 추진하다가 직장협의회 등으로부터 저항을 받으면서 한풀 꺾이는 듯했다.

얼마 전 느닷없이 중앙정부를 향해 충북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주지 않으면 불복종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은 불복종운동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지금은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선출하지만 중앙에서 임명하던 시절 같으면 반정부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 하극상적인 발언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도지사·시장·군수는 중앙정부의 명에 의해 주민을 통치하는 하부조직이었다.

중앙정부의 지시를 주민에게 전달하고, 주민의 불만을 무마하는 역할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승진도 하고 좌천도 당했다. 그런 도지사가 중앙정부를 향해 지역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불복종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주민이 선출한 도지사라고는 해도 여당 공천을 받고 당선되었으니 군사정권 시절의 임명직만큼은 아니더라도 윤석열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하는 공동운명체다.

그런 김영환 지사가 충북은 대청호 충주호 괴산호 등에 다목적댐을 건설하는 바람에 연간 10조 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순응해 왔지만 보상은커녕 소외만 당했다면서 충북지원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 자리에 여당 의원만 참석한 게 아니라 야당 의원까지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일단 법안을 발의해 본회의에 상정하는 데까진 지역 출신 의원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법률로 공포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충북에 특혜를 주는 법에 다른 시·도 의원이 찬성해 줄지는 의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의식했는지 며칠 전 김영환 지사는 정우택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바다가 없는 충북지원특별법이란 명칭을 수정해 충북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산간오지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한다고는 해도 충북지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인 내용 때문이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불복종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한 배경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김영환 지사가 구상하고 있는 불복종운동은 무엇일까?

김영환 지사가 선거운동 기간 중 가장 역점을 두고 홍보한 게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였다. 충주·대청·괴산호를 비롯해 700여개의 호수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온갖 규제를 받고 있는 호수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의구심에도 김영환 지사는 취임식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문의문화재단지에서 했고, 취임 후 첫 결재도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였을 만큼 집착했다.

충북지원특별법을 성사시키기 위해 불복종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를 불태우는 것을 보면서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의 실현 방안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의지대로 되면 충북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도민의 실망은 말할 것도 없고, 김영환 지사도 정치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불복종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불복종 운동은 어떤 것일까.

대청호의 수질보존을 위해서 금지하던 음식 숙박업 등을 허가하는 것일 수도 있고, 대청호에 유람선을 띄워서 속리산과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했는데도 중앙정부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더 적극적인 방법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불복종 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164만 도민의 응집력이다.

기필코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김영환 지사의 집념이 164만 도민의 성원과 결집할 때 비로소 중앙정부도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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