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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숲 지키기 성금운동 전개하자

최종웅의 세상타령

  • 웹출고시간2019.04.16 17:48:09
  • 최종수정2019.04.16 17:48:09

최종웅

소설가

우암산에 올라 청주시내를 바라보면 엄청나게 커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7,80년대까지만 해도 청주는 무심천 동쪽에 중심이 있었다.

지금은 사창‧개신동 일대가 중심이고 무심천 동쪽은 변두리로 변했다.

문제는 청주의 숲은 우암산이 중심인데 새롭게 형성된 신시가지에는 별다른 숲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구룡산과 매봉산 등이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우암산은 해발 300m가 넘어서 올라가는 데만 30분 정도 걸리고 곳곳에 가파른 등산로도 있어서 산행하는 맛이 난다.

이에 비해 구룡산과 매봉산 등은 해발 100m도 안 되는 야산이라서 올라다녀도 등산하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민이 몰려드는 것은 그만큼 공원이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내년 7월부터는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청주시내에는 68개나 되는 크고 작은 공원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사유지다.

2020년 7월이면 시에서 매입하든지 주민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시에서 모든 공원 부지를 매입해서 공원을 조성하면 좋겠지만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절충안을 마련했다. 구룡산 매봉산 등 도시공원의 30%에 아파트 6천여 가구를 짓고, 그 수익금으로 나머지 70%를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 비상한 시기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청주는 전국에서도 아파트가 많이 남아도는 도시로 라는 점이다.

어느 정도로 심각하냐 하면 2,3년 전까지만 해도 2억 5,6천만 원에 거래되던 30평 아파트가 1억 7,8천만 원에도 팔리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도 건설업자에게 허가한 아파트 수만 가구가 올라가고 있다.

만약 청주시가 추진하는 대로 도시공원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이미 신축 중인 6천 가구와 앞으로 추진할 6천 가구까지 합하면 무려 1만 2천 가구가 생기게 된다.

웬만한 도시 하나가 생긴다는 결론이다.

이것은 넘쳐나는 아파트 물량을 줄이기 위해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청주시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도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미세먼지 배출량 전국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다 해야 할만큼 다급한 상황이다.

만약 청주시가 돈이 있다면 도심에 산재한 노후 아파트 단지를 사들여 공원을 조성하는 일이라도 해야 할 만큼 미세먼지는 심각하다.

그나마 있는 도시공원에 아파트를 건설함으로써 아파트 가격까지 폭락시킨다는 것은  청주시가 왜 존재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도 않는다. 청주시와 여건이 비슷한 도시와 비교해도 노력하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청주시보다 규모가 약간 큰 수원과 성남시가 도시 숲을 지키기 위해서 3천억 원 이상을 책정했지만 청주시는 고작 100억 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뿐만도 아니다. 한범덕 청주시장이 시민단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실이다.

한범덕 시장은 그동안 시민단체에 구룡산과 매봉산만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공직자가 시민단체에 약속을 할 때는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자신 있을 때만 하는 게 상식이다.

문제는 시장 등 공직자들은 법규와 예산 범위 내에서만 도시공원을 지키려고 할 것이란 점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명권을 지키려고 할 것이다.

각기 다른 주장이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일을 중재하라고 지방의원을 뽑은 것인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다. 비상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게 바로 시민이 성금을 모금하는 것이다.

안보가 불안할 때 방위성금을, 경제가 위기일 땐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했듯이 숨 쉬기가 곤란할 때 도시 숲 지키기 성금 모금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주시가 마른 행주를 짜듯 예산을 조달하고, 시민도 성금을 모금한다면 부족자금 2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유가 없을 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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