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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23 15:14:13
  • 최종수정2015.12.23 15:14:22

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이제, 올 한해도 한 뼘만큼만 남아 있다. 차가운 바람이 가슴을 헤집고 스쳐간다. 거리엔 차가운 햇살 한줌 몰려다니고 뒹구는 신문쪼가리엔 테러, 위기, 인상, 불황, 자살 같은 굵직한 활자들이 구겨져 있다. 올해도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연말 분위기다. 매번 이맘때만 되면 교수신문에서는 올해의 사자 성어를 발표한다. 이 사자성어는 첫해인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으로부터 올해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까지 15년 동안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표현해 왔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던 첫 해부터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선정하였다. 또한 2014년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 진나라의 시황이 죽고 난 후 환관 조고(趙高)가 유서를 조작해 장자 부소(扶蘇)가 아닌 호해(胡亥)를 옹립하고 사슴을 바치면서 '이것은 말입니다'라고 하였다. 조고는 이에 '그것은 사슴입니다'라고 말한 신하들을 모두 제거하였다. 이는 권력을 이용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하는 것을 빗댄 것으로 세월호의 진실을 가린 현 정권의 농단을 말한 것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세상이 온통 어지업고 무도하다는 의미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꼽혔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이르는 말이고, '무도'는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나온 것이다. 이 둘이 합쳐져 무능하고 어리석은 군주로 인해 세상이 온통 암흑처럼 어두운 세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작년의 지록위마에 이어 올 초 메르스 사태와 국정교과서 사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현 정부의 국정농단, 그리고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여러 실정으로 흉흉한 우리사회 민심을 아주 극명히 나타낸다.

지난해에 이어 진나라 호해의 실정을 표현한 사자성어가 연속적으로 꼽힌 이유가 무엇일까. 천하를 호령한 진시황 사후, 4년도 안되어 망한 때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리라. 결국 그 것은 이 나라가 지록위마 하는 폭정의 당사자들이 국민을 기만하고 국정을 농단하여 그로 인해 나라의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단 것이다. 아무리 환관 조고가 지록위마 한다 하더라도 진정한 지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목숨 걸고 책임 져야하고 위기의 상황을 통감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 자신도 무엇이 진정, 용기 있고 올바로 사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던 때가 많았다. 지록위마하고 혼용무도 하는 경우가 없진 않았다. 내 자신의 욕심을 위해 상대를 험담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고 무능한 짓거리를 하곤 하였다. 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노심초사 했다. 참으로 가슴을 칠 일이다. 바보스럽지만 그랬다.

이제 2015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심각한 사회적 위기를 걱정하는 시선들이 많다. 이런 형국에 과연 내년엔 어떤 충격적인 사자성어가 등장할지 모른다. 더 이상 사자성어의 선정이 우리사회에서 절망의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미친 세상에 깨어있는 정신으로 눈 부릅뜨고 바라보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외쳐야 한다. 내년 이맘때에는 더 이상 가슴 칠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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