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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팁장

여름이 간다. 지금도 폭염은 계속되고 있지만 뜨거운 바람에 실려 온 냉기가 가슴에 스며든다. 잠자리들이 부쩍 많이 날고 풀벌레 소리도 깊다. 우리는 계절이 깊어질 때마다 또 다른 계절을 생각한다. 뜨거울 때 차가움을 생각하고 차가울 때 뜨거움을 그리워하는 것이 자연의 흐름이다. 그게 세상을 사는 우리네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여름 뜨거운 햇살이 익는다. 세월 가듯 나의 생각도 익어간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민주권력들은 기득권이 되어 다시 스스로를 옭아매는 독단과 퇴행으로 가고 있다. 우리국민이 힘겹게 만들어준 이 민주화의 세상을 새로운 권력과 기득권들이 망치고 있지는 않는지 심히 걱정된다. 참으로 한심한 모습이다. 권력이나 지위는 유한한 것이다. 이 허망한 것에 매달려 자기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입으로는 촛불을 이야기하지만 그 촛불에 스스로 녹아 흘러야 한다는 것을 벌써 잊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정책의 대안이나 구조를 개선하려하는 노력보다는 비판과 비난의 화살만 쏘아대고 있다. 스스로 조정과 조율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뜨겁게 화만내고 있다. 이것으로는 세상을 개혁할 수가 없다.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우리 스스로가 전문가적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정책에 대한 대안을 준비하고 이를 지속하게끔 하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요구된다. 권력이 기득권이 되어 우리가 만들어낸 민주주의 세상이 퇴행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변화된 세상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과 대안의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우리에게 경험하지 못한 새 시대가 오고 있다. 이런 시기에 시대에 뒤쳐진 과거 세력들은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촛불로 타오른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은 낡아빠진 세력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이념의 이데올로기를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지역주의도 함께 보냈다. 진정 이 변화의 시기에 눈 부릅뜨고 바라보아야 한다. 이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 힘들고 안타까운 일들이 도처에 벌어지지만 이것을 넘어설 수 있는 스스로의 내적 힘들을 길러내야 한다. 아무리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는 절대 포기하거나 시들어져서는 않아야 한다. 시대를 읽어내고 실천하는 힘들을 길러야 한다.

벌써 올해가 광복 73년이 되는 해이다. 거창한 경축행사가 벌어지고 남북의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나이만큼 굽어지고 견뎌내며 살아온 아픔은 희미한 기억으로 지워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시바삐 이 할머니들의 자존을 세워주는 노력과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역사에 있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 개인의 삶이 통째로 무너진 것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진정한 광복을 이루지 못한 가장 아픈 것이다.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화해나 치유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여름은 더위도 더위려니와 우둔한 나의 모습을 바라보노라 참으로 힘겹게 지냈다. 욕심과 집착이 뜨거운 나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나만 쳐다보았다. 애써 주위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막혀있었다. 저 스스로가 교만하고 오만하여 남을 인정하지 않았다. 입으로 개혁을 외쳤지 그것이 나로부터 먼저 되어야함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허위에 가득 찬 빈껍데기만 남아있다.

더운 바람이 분다. 그러나 이 바람 속에 차가운 알갱이들의 움직임을 느낀다. 세상을 살고 견뎌낸다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음이 아프다. 아무리 힘든 시기도 견뎌내야 하는 절실함이 필요하다. 버리고 떠나보낼 것이 많다. 여름이 그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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