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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09 15:33:44
  • 최종수정2016.11.09 15:33:44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세상이 온통 최순실로 뒤덮여 있다. 줄줄이 검찰청으로 향하는 청와대 권력의 무상함을 본다. 그간 이 나라는 최소한 지켜져야 할 원칙도, 규범도 모조리 내팽겨진 채 오로지 권력에 기대어선 자들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국정농단을 하여왔다. 이 정권의 사악한 모습은 최소한의 동정조차도 할 수 없는 후안무치 그 자체이다. 우울하다. 서둘러 온 겨울에 마음이 더 춥다.

얼마나 더 부끄러워야 하는가. 얼마나 더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서 피눈물이 흘러야 하는가. 집회에 참가하면서도 집회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민주화 된 세상에서도 자칫 지도자 하나 잘못 뽑아놓으면 이렇게 나라가 엉망이 될 수도 있구나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진정 이 나라가 이렇게 허약한 나라였던가. 한심하다.

촛불을 든다. 이 나라를 위하여 촛불하나 가슴에 든다. 물결로 굽이치는 민심을 맞는다. 마치 축제 같다. 손에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이 유독 많았고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 여럿이 나왔다. 이 학생들의 눈망울들을 보며 너무나 부끄러웠다. 집회는 차분했고 누구하나 촛불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진정 그랬다. 나라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이것을 극복하고 방향을 잡아간 것은 국민들이었다. 거리에 민주화의 장한 강물이 흐르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유독 문화계에 자심하다. 이 정권의 문화정책은 한류나 문화산업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로 포장 되어 기획사의 상품으로 조작된다. 이 나라의 문화정책은 이미 죽었다. 이 정권이 들어서서 기초예술가들을 지원해주는 문예진흥기금의 고갈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의 지원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미래인재 육성을 하여야 하는 학교예술교육 체계도 깡그리 무너질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우리 문화예술의 근본적인 질서를 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관료성으로 기인한 문화정책의 폐해인 것이다. 달리 얘기하면 지금 최순실은 어디에도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문화계에선 블랙리스트가 밝혀지면서 한바탕 소용돌이를 겪었다.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이를 위해 수많은 로드맵을 제시했던 이 정권이 겉으로는 문화융성을 부르짖고 뒤로는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한 것이다. 만여 명의 예술인들이 박근혜정권 하에서 감시당하고 권리를 침해당해 왔다. 그러나 그 근거가 대선과정에서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세월호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서명을 한 문화예술인들을 특정지어 관리했다니 이 정권의 정보수집과 분석력은 참으로 개가 웃을 정도이다.

우리에게 진정한 민주화는 단순히 정권을 교체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그것은 어떤 개인이나 세력이 권력을 좌지우지 할 수 없는 튼튼한 사회질서를 만들어갈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온 나라가 썩고 정권의 비리로 가득한 세상일지라도 예술은 이를 질타하고 이를 녹여 새로운 창조를 해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저 각색되어진 모조예술들이 횡횡하는 현실에서 진정한 감동과 반성의 새로운 창조적 작업에의 고통을 감내하고 그 자체로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술은 그런 것이다.

바람이 차다. 세찬 바람이 불수록 옷깃은 더 여미게 된다. 진정 국민들의 언 가슴을 녹여줄 상식이 통하는 훈훈한 세상이 그립다. 오늘도 뻥 뚫린 가슴에 촛불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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