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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7.02 16:58:55
  • 최종수정2020.07.02 16:58:55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오늘, 저는 제가 밥 먹고 사는 재단에서 시행 중인 문화예술교육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괴산에 다녀왔습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는 금시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습니다. 요 며칠 참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사무실에서 컴퓨터에 코를 처박고 있다가 이렇게 자연을 벗 삼아 차를 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불립니다. 차창을 열어 바람을 잔뜩 마셔봅니다. 비가 내리지도 덥지도 않아 숨쉬기 좋은 날입니다. 이도 나만의 작은 행복 찾기일 것입니다.

문화예술교육사업은 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의 공동체를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며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업입니다. 문화예술로서 세상을 바꾸는 작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그러나 이러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도내 여러 지역에서는 오랜 기간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하여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 생활 방역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며 겨우 사업을 시작했지만 모든 걸음이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럽습니다.

더불어 재단에서도 여러 악조건 속에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난감한 일들이 한두 가지 아닙니다. 출장을 갈 때마다 기본적인 방역 도구를 가져가야 하고 현장에 가서는 맨 먼저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는지 확인하며 서로 간의 거리 두기를 요구해야만 합니다. 단체들은 우리를 무슨 감시자나 되는 듯 경계합니다. 여기에 체온계를 통해 전달되는 36.5도의 정상을 지켜야 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많이 미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진정 우리가 하는 일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예술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려 하는 일이지만 현장에서는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느덧 이 모든 불편이 일상이 되어갑니다.

완전무장하고 찾아간 곳은 산골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사기막리라는 이름조차 정겨운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마을조차 코로나가 모든 것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동네 한가운데 있는 마을회관은 이미 닫힌 지 오래되었고 출입금지라 붙인 도화지의 여러 귀퉁이가 뜯겨 나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야외 수업을 하는 날입니다. 도시에서 귀농, 귀촌한 아낙들과 동네 할머니들이 산딸기도 따며 그곳에서 시 낭송도 하고 막춤도 추었습니다. 하얗게 펼쳐진 개망초 언덕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각자 만들어 온 음식들을 펼쳐놓고 수다도 떨었습니다. 장맛비를 마중하는 꽃들이 하늘로 고개를 내밀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에서는 사는 게 다 어렵습니다. 더더욱 지역 예술인들의 삶은 최악 그 자체입니다. 마땅한 돈벌이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활동이 멈추다 보니 당장 먹고살기조차 막막합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을 지키는 활동가로서 역할을 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대견하면서도 가슴 한편 진한 안쓰러움이 고입니다. 현장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코로나로 멈춰진 세상을 깨워 나가는 이 작은 어깻짓들이 더는 처지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간 우리 모두 너무도 잘 견뎌왔습니다. 무려 6개월이 넘는 코로나와의 싸움에 지칠 만도 한데 이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들에 괜히 코끝이 아려옵니다. 사는 게 참 변덕스럽습니다. 비가 내리나 가뭄이 들어도 모두 하늘 탓만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지요. 어쩌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잠시 멈추어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사는 것도 그리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속에서 잠시 자신을 돌아보며 사는 것도 행복임을 알게 됩니다. 마음을 열어 서로의 소중함을 느껴보십시오. 멈추어 더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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