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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4.13 14:39:00
  • 최종수정2017.04.13 14:39:00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무심천은 온통 꽃물결이다. 벚꽃이 만개한 길가에 수천의 사람들이 꽃비를 맞고 있다. 새들이 날고 꽃 이파리가 어깨위로 떨어진다. 겨우내 흙바람에 메말랐던 가슴 속 큰 슬픔을 어루만지며 그리움의 노래를 부른다. 하얀 슬픔의 바람이 불때마다 반짝 손 흔들며 햇살이 흔들린다. 그렇게 봄은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있건만 나의 움츠려든 어깨는 펴지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즐겨야하는 초록의 봄조차 흩날리는 꽃 이파리 되어 내 발밑에 뒹굴고 있다. 이 환장할 봄 날, 차마 꽃구경조차 갈 수가 없다.

바람이 인다. 봄은 그리움을 흔들며 가슴을 깨운다. 우리들 가슴 속 물결을 일으켜 세운다. 세월호의 어린 주검들이 꽃무리 되어 흩날린다. 절망의 날들을 인양한 남쪽 바다에도 꽃비가 내린다. 세상은 여전히 무능하고 날마다 흩날리는 장밋빛 공약은 피로에 지친 이들을 더 고달프게 한다. 춥고 을씨년스러운 배 밑창, 갈라진 틈에서 아우성처럼 이끼가 흔들린다. 아이들의 절망으로 가파르게 무너져 내린 흔적들이 추적이며 비를 맞는다. 섧게 우는 새들의 날갯짓이 흰 꽃무리 위로 흔들린다. 봄은 그렇게 죽어간 것들과 살아있는 것들의 경계를 허문다.

봄은 모든 기억을 깨우고 우리 가슴에 노란 리본으로 달려있다. 올림머리의 여인이 구속되던 날, 세월호는 무겁게 뭍으로의 발걸음을 올렸다. 그러나 아직 멀리 떠난 아이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오지 않았다. 봄이 되면 그들도 저 먼 바다에서 우리의 품으로 오리라 믿었건만 서늘한 비만 하얀 바다를 저 혼자 적신다. 부두에 올라앉은 육중한 선체는 끙 큰 신음하며 뒤척이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부서져 내리는 가슴에 작은 물 알갱이들이 맺힌다. 초록빛 꿈을 간직한 아이들의 기우뚱 육지에의 발걸음이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 먹먹한 가슴에 자식들을 묻은 서럽고 애틋한 봄이다. 꽃은 피고 지건만 생기나는 소식이 전해오지 않는다.

바다로부터 인양된 슬픔의 빈 그림자에 햇살이 비추이질 않는다. 두런거리며 떨리게 다가오는 아이들의 소리가 저 배 밑창에서 울려나온다. 비는 내리는데 그 곳에서 설운 꽃비를 맞으며 기다린다. 봄이 와도 우리들의 가슴은 아직 추운 바다 속이다. 그러나 봄은 기다린다 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툭툭 느리게 서로를 확인하며 봄은 오는 것이다. 그 지겹던 겨울을 모질게 지내고서야 찾아오는 것이다. 진정 봄은 저절로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 생명의 기지개를 안간힘을 다해 일어서는 것이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그러기에 서럽고 시린 날들을 간직한 이들에게 두 번 다시 지나간 봄과 같은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삶의 분노로 핏대가 곤두서는 것을 겪지 않고서야 어찌 그들을 용서할 수가 있는가.

다시 봄이다. 기다림이 절실하지 않은 자에게 봄은 오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거리만큼의 아픔의 터널을 지내야 비로소 몸부림처럼 다가오는 것이 봄이다. 나를 떠나보내고 난 후 맨 밑바닥부터 꿈틀대는 그 무엇이 생명이 되고 꽃이 되는 것이다. 작지만 밝게 빛나는 색진 꿈을 피우며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힘으로 봄은 그렇게 일어난다. 저 바다에 수장된 슬픔보다 더한 슬픔의 응어리들을 이제는 인양해야 한다. 아픈 봄이지만 다시 온 봄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기보다 이 봄의 무참한 슬픔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것이 살아있는 자들의 책무이다. 누구에게나 봄은 일생에 있어 가장 빛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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