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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유월 햇살이 눈부시다. 눈부신 햇살에 취해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바람이 분다. 저 햇살 너머 먹구름이 밀려온다. 그리고 어디론지 모르는 끝없이 펼쳐진 길 위에 나는 서 있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아파해야 하는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이 작은 지구 위에서 종종거리며 눈물짓는 나는 무엇인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훌훌 벗어던지고 저 거룩한 대지의 노래를 듣고 싶다. 오랜 지층의 세월을 넘어 어머니의 탯줄로 전해지는 거룩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우리는 종종 저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곤 한다. 여행 속에서 자아를 찾고 침묵하며 세상을 바라본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심장의 고동치는 희망을 꿈꾸고 자기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도모한다. 반복된 일상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의 거룩한 생명은 두려움 속에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보는 것은 어제의 그것이 아니라 지금의 다른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문명이란 것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그 너머에 있는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 그 생명의 잔치를 노래하는 바로 그것을 찾아 느끼고 보고 깨닫는 것이 여행인 것이다.

지금의 관광(觀光)을 일컫는 말로 주역(周易) 풍지관에는 관국지광(觀國之光)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라의 빛을 본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나라의 빛이란 무엇인가. 바로 그것은 지금의 보이는 그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것과 풍토, 그들이 수천 년 만들어 온 삶의 이야기, 아픔, 절망의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본다는 것은 깨달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요, 그 사람들이 살아왔던 것을 온몸으로 이해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러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관광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것이 나를 찾는 여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지구 위에서 산다는 것은 늘 팍팍하고 힘든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길은 먼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조상들이 수없이 밟고 지나던 길이었고 여기에 한숨과 절망이 어우러져 서로가 힘이 되어 살아왔던 그런 길이다. 여기에서 태어남과 죽음의 몇 천 겹 적층이 이루어지고 대지는 서로를 보살피고 살아가게 하는 힘과 용기를 준다. 그러기에 어디에서건 이 세상의 모든 대지와 그 위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생명은 모두 위대하다.

오래전 나는 막막한 사막에서 강렬하게 쏟아지던 햇살을 맞으며 나약한 한 인간의 존재를 보았고 나를 묶고 있던 불안을 보았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덧없음이었고 그 수많은 영원에의 생생한 두려움이었다. 대지의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몸서리치게 느꼈다. 진정 혜초가 사막의 토굴에서 본 것은 저 광대한 바다의 출렁임이었을 것이다. 그 생명의 바다에서 목에 차오르는 물결에 휩쓸려 다니는 나를 본다. 오늘도 나를 둘러싼 것들을 훌훌 털고 나를 찾는 여행을 하고 싶다.

꿈꾸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떠나지 않으면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영원히 모른다. 진정 우리의 여행은 언제 무엇을 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났으며 누구와 같이 있었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그들이 밟고 서 있는 지층 저 밑바닥에서 웅얼대는 노랫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의 여행이 카메라의 화면처럼 머물거나 거추장스런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버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은 여행이다. 떠남은 그래서 거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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