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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1.07 09:20:06
  • 최종수정2015.01.07 09:20:06

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며칠 전 문화예술지원 사업 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매년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이맘때만 되면 마음이 착잡하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가슴을 치며 되물어 본다. 잘하고 있는 것인가.

오늘도 하루 종일 예술가들을 모아놓고 지원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원로 예술인들은 예술을 하기보다 더 힘든 것이 지원금 신청이라고 이구동성이다. 답답하다. 이렇게 해서라도 예술을 계속해야하는 지역예술가들에게 식은 빵 한 조각 던져주듯 하는 이것이 최선인가. 지역에서 삶을 다 바쳐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것이 전부다.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예술정책을 구체화 하는 것이 예술지원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책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문화예술 사업을 지원해 주는 것이지 예술 그 자체를 지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지금 예술정책의 핵심은 지원금을 얼마나 잘 분배하느냐에 달렸다. 창작기금에 매달린 생계형 예술가가 계속 늘어가고 이 조차도 치열한 경쟁구도에 있다. 예술은 진정 아픈 생채기를 둘러싼 딱지같이 아주 예민하고 순수해야 하건만 우리의 현실은 잘 써진 기획서를 선호한다. 진정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예술은 아픔을 치유해주건만 척박하고 초라한 현실은 예술가를 아프게 한다. 예술가의 절망이 여기에 있다.

지금의 예술지원정책이 생긴 것은 70년대 초이다. 미국의 NEA를 본떠 문예중흥을 내세우며 문예진흥원과 정신문화연구원이 만들어졌고 이때부터 예술가와 학자에 대한 지원업무와 관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 70년대 말이다. 문예중흥 5개년 계획(73-77)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비로소 국가가 예술의 지원자로 나서게 된다. 이후 80년대 헌법에 국가의 문화진흥을 명시하고 이때부터 문화예산이 대폭 늘어났으며 각 지역마다 문화시설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여러 정부를 거쳐 문화정책은 발전되었고 예술의 역량도 한층 강화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 예술 환경의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기초예술의 위기가 도래한다. 이러한 위기의 신자유주의 속에 버려진 예술가들은 절망하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이때부터 더욱 기금에의 의존성을 갖게 된다. 자유스러워야할 예술의 영혼이 지원이라는 틀에 갇히게 된 것이다. 가장 창의적이고 순수해야할 예술이 자생할 수 없는 문화적 환경 속에서 떨고 있는 것이다. 남이 보지 못한 비밀의 문을 연 예술가에게 돌아오는 것은 감동스러운 예술에의 떨림이 아니라 차가운 눈길들이다. 여기에 창의력을 요구하고 작품의 수준을 논한다는 게 참 낯부끄럽다.

백범 김구는 우리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도 행복을 주는 것이 높은 문화의 힘이라 역설한다. 예술가가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 구조에서 어떻게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는가. 팔 길이 원칙이 지원은 해주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팔 길이 근처에 예술가들을 놓고 예술가들을 어르고 달래는 제도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픔 속에서 명징한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지 않을까.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맡긴 파우스트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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