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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07 17:29:57
  • 최종수정2019.02.07 17:29:57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팀장

온 세상이 방금이라도 눈이 내릴 기세로 잔뜩 내려앉았습니다. 명절 밑이지만 우울하고 슬픈 소식만 전해옵니다. 진정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기다림과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살지만 세상은 별반 나아지는 것이 없습니다. 숲이 우우 웁니다.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하늘엔 희뿌연 미세먼지만 날아다닙니다.

지난 1월 28일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일제 성노예가 된 어린 소녀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일본군의 침략경로를 따라 성노예로 끌려 다니다 8년이 지난 47년 22세에 귀향했습니다. 그러나 같이 간 소녀들은 대부분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설사 돌아온 동료들은 숨어살아야 했습니다. 죽음을 넘어 돌아온 고향은 그를 따뜻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도 오랫동안 숨어 살았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어느 날 일어섰습니다. 비록 반기지는 않지만 용기 내어 동료들을 규합하고 목소리를 내어 숨어 살아가는 많은 피해자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할머니는 일본의 진정어린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하며 인권평화운동에 헌신합니다. 할머니는 지난 12년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처럼 전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라며 세계각지의 분쟁 중에 만연하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나비기금 설립합니다.

이 이후 베트남 전쟁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사죄와 연대 메시지를 보냅니다. 나아가 남북의 화합과 통일을 소원하였습니다. 할머니들의 국경을 넘어선 운동은 국제사회에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전시 성폭력 피해의 재발을 막는 노력을 더 넓게 확산하며 국제여론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이제 남은 성노예 피해 생존자는 23명입니다. 수많은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은 사과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일본 제국세력은 언제쯤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될까요. 지금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이 순간에도 또 수많은 피해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슬픔은 없어져야 합니다. 진정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이 땅 어디든 아프게 동백꽃이 피어납니다. 그 위를 훨훨 날아가는 노란 나비의 할머니들을 봅니다. 모질고 모진 고통과 상처 견뎌내고 희망의 노래를 하며 날아가는 할머니들의 날갯짓이 우리의 산하를 찬연히 물들입니다.

오래 전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로 시를 진 적이 있습니다. 이 시대 모든 성노예 피해자들께 이 시를 바칩니다.

꽃이 핀다/ 한반도 곳곳에 밤새/ 피울음 토하며 꽃이 핀다

사랑 한 번 못해 보고/ 이미 알아버린 인생/ 눈물로 살아온 세월의 꽃이/ 피어난다, 붉게

기구한 식민지 땅의 딸로 태어나/ 짐승들에게 밟힘을 당한/ 가녀린 소녀의 울음 꽃이/ 피어난다, 처절히

그대의 가슴에 멍들은 상처/ 그대 피 묻은 온몸 떨며/ 꽃 피우는 사람아/ 임 부르는 그대 넋들이여

지금도 어느 전쟁터에 피어/ 짓밟히고 죽어 가는/ 수많은 아픔들

짓밟혀 더 살 수 없어/ 죽어 간 사람들의 노래여/ 임 부르는 소리여

<졸시 「임 부르는 그대」 일부>

나비가 노란 날갯짓으로 하늘을 납니다. 할머니,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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