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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칠월이 되어 온 사방이 뜨겁게 달궈지더니 며칠 전부터 장맛비가 푸른 어둠 속 장하게 내립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뒤돌아보게 합니다. 때론 분노하고 때론 좌절하고 환희하며 지금껏 잘 살아왔습니다. 살며 하루하루를 잘 지낸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가끔씩 장맛비에 진흙을 잔뜩 덮어쓴 것 같아 참 난감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비 오는 어둠 속을 헤매는 존재입니다.

누구나 사는 게 다 힘듭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나이 들수록 더 모르겠습니다. 가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버리고 그냥 세월만 흘러갑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 왜곡돼 지금에 이른 것을 우리는 진실인양 알고 사는 것이겠지요. 그러기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그 이면을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말했듯이 사람이 나이만 든다고 해서 그가 오랜 인생을 산 것은 아니겠지요. 바다를 오랫동안 표류하며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같은 자리에서 빙빙 표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긴 항해를 마친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게지요. 그는 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수면위에 떠 있을 뿐인 것이지요. 그러기에 노년의 무성한 백발과 깊은 주름을 보고 그가 오랜 인생을 살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게지요. 그 백발의 노인은 오랜 인생을 산 것이 아니라 다만 오래 생존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생도 그와 같지 않을까요. 세상은 어쩌면 정해진 것과 그 정해진 것을 무너뜨리려는 삶이 서로 엉켜 싸우는 것은 아닐는지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내 자신도 그냥 표류하며 생존해 있는 것은 아닌지 매일같이 반성합니다. 세상은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은 것, 그리고 있고 없음의 공간을 스스로가 쌓지 않고 무너뜨리며 사는 것이지요. 매일같이 없음의 그 폐허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 것이지요. 지나온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매일 새롭게 일어서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세상 잘 사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잘 노는 것이 있지요. 세상 모든 것이 비어있는 것인데 우리에게는 잘 놀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이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문명의 욕심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잘 놀게 하기 위해서는 네모반듯한 세상을 놀이터처럼 바꿔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공간에서 그간에 익숙하던 것들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하면 보이지 않던 내 안의 창조적 자아가 보이는 것이지요. 그게 문화적 삶이고 그게 참살이지요.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한세상 잘 놀다 가면 그것이 행복이지요. 그러기에 인생은 놀이터이지요. 오랜 인생을 살면서 뒤돌아 후회하는 삶은 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자신을 속박해서는 안 되는 거지요. 자신의 것을 만들지 않고 늘 자신을 무너뜨리며 사는 것이 행복한 일이지요. 우리는 매번 이런 삶을 꿈꾸지만 자기를 둘러싼 관계의 실타래에 엉켜 허공에 헛손질만 합니다. 너무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뒤 돌아 자신을 바라볼 시간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 것이 불행이지요.

빗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언제나 부끄럽게 살지 않으려하지만 매번 자책의 고개를 떨어뜨립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이 빗줄기에 감염병의 날들이 모두 쓸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이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기꺼이 우리들이 저지른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후손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어둠의 터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 나는 나의 소를 찾아 마음만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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