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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2.05 17:51:41
  • 최종수정2019.12.05 17:51:41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밤새 겨울이 내렸습니다. 가지마다 하얀 모자를 쓴 산수유가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빨간 입술을 내밉니다. 푸푸 흩어지는 하얀 바람결 사이 언뜻 보이는 나무들이 찬란합니다. 아마도 이미 세상은 단단한 겨울로 들어선 듯싶습니다. 겨울이 깊숙이 스며드는 줄 알면서도 채 준비되지 않은 나의 게으름으로 올겨울 힘겹게 흔들리며 살아가야 할 듯합니다.

이제 손톱만큼 남은 한해의 끄트머리에 서서 바람을 맞습니다. 바라보는 세상은 어지러운 눈발만큼 만만치 않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북미 간의 긴장은 평창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하고 미국의 위협과 무리한 방위비 요구는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일본과의 과거사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싸움은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 정치권의 꽉 막힌 정국도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둘러싼 공방은 해를 넘길 조짐을 보입니다. 민식이법을 볼모로 한 국회 식물화는 이제 극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해야 할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청산 대상으로 변질하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자 했고 그래서 한 일은 무엇인가요. 촛불이 겨울바람에 흔들립니다.

돌아볼 세월이 많음을 압니다. 그리고 많은 아쉬움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좀 더 살갑게 사람들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얄팍한 잣대로 재단하고 몰아붙이기를 해 왔습니다. 스스로 반성하고 뜨겁게 눈물 흘릴 기회를 주기보다 적폐라는 이름으로 백안시했습니다. 수시로 옷을 바꿔입는 집단들이 광장 주변에 횡행했습니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 채 남의 눈에 있는 티끌만 보았습니다. 어쩌면 나 자신의 뼈저린 반성과 성찰보다는 한풀이로 한 해를 보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살며 저마다의 익숙함에 길들어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가진 약점을 너무도 잘 알면서 그것을 보완하려 하거나 개선하려 하지 않고 세월 흐르는 바람결에 저 자신을 던져놓기가 일쑤입니다. 또한, 세상의 변화를 요구하고 그것의 실행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이 아닌 타자의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독하게 싸우기보다는 남의 싸움을 보듯 방관자로 서 있었습니다. 그게 우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었습니다.

이제는 더 미루고 나태하게 자신을 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이 겨울, 발가벗은 자신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 앞에 주저 거리거나 뒤돌아보는 것은 스스로가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시대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늘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것들은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남아있는 양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저 밑바닥부터 밀어 올리는 힘찬 고동을 느껴야 합니다. 숨소리조차 아프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살며 함께한 모든 날이 눈부십니다. 올 한해 고단하지만 참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오늘을 사랑하고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저 겨울의 얼음장 밑에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야 합니다. 진정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합니다. 우리가 저 겨울의 광장에서 들었던 것은 촛불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국민의 마음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그 배를 뒤집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항상 나를 준엄히 반성하며 나에게 더한 채찍을 들어야 합니다. 꽃은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입니다. 하늘에 하얀 염원이 눈꽃 되어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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