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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요 며칠 참으로 바빴습니다. 문예지원 공모사업 접수를 받느라 사무실은 온통 전쟁터입니다. 평생 써온 원고를 몽땅 들고 오신 팔순의 어르신부터 대학을 갓 졸업하고 예술전선에 뛰어든 새내기 예술가까지 그들이 들고 온 사연이 참 다양합니다. 예술로 자기 삶을 표현하고 인정받는다는 게 쉽지 않은 길임에도 이 길을 걸어가는 분들이 이토록 많은 것에 새삼 머리 숙여집니다. 올해도 많은 예술인들이 희망을 노래하길 바랍니다.

필자는 요즘 출근하는 곳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그 곳에 저 같은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참 복도 많은 사람입니다. 씩씩하게 병원에 출근해 노모와 노는 재미도 썩 괜찮습니다. 얼마 전 팔순의 노모가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원래 병원 근처는 잘 가시지 않는 분이라 자식들 보고 싶어 당신을 핑계로 소집령을 내리시는구나 하고 별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늘 그렇게 그 자리에 잘 계시리라 믿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무심했습니다. 지척에 계시건만 명절 때 잠시 들려 문안인사만 했지 살갑게 자식노릇 제대로 못해드렸습니다. 잔뜩 마르신 팔 다리와는 달리 배가 많이 불러 오르셨습니다. 한없이 작아진 모습을 바라보며 죄송하고 죄송하여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몸 안에 나쁜 꽃이 피었답니다. 그래서 피가 녹아 배에 물이 찬 것이랍니다. 하얀 병실이 까맣게 내려앉았습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황망하고 안타까워 어찌해야 좋을지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았습니다. 밤하늘에 하얀 점들이 흔들리며 내 눈가로 떨어집니다. 살아오면서 어지러이 날리는 눈만큼이나 많은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너무도 많이 아픕니다.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보지만 어찌해야할지 생각조차 나지 않습니다. 찬란히 흔들리는 아픔으로 밤새 울던 바람이 아련히 일어섭니다.

세상에는 삶의 커다란 짐을 이고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머리 위에 진 짐들만큼 아픔도 있지만 행복도 있습니다. 그리고 길을 가다 잠시 벤치에 앉아 세상을 바라볼 것입니다. 우리도 모두 늙어질 것이고 그 자리에 똑같이 앉아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고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음을 압니다. 한 평생 살다 병들어 고단한 몸을 누이신 어머니를 보며 안타까워만 하는 것이 효도는 아닐 겁니다. 평생을 그렇게 자기 삶을 감내하며 자식들을 키워 오신 분이십니다. 당신께서 잘 견뎌내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얼굴보고 더 많이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오랫동안 가슴 저리게 살아오신 나의 어머니. 끝도 없이 내려앉는 몸으로 오늘도 당신보다 제 걱정이 더 많으십니다. 아마 그것이 부모 마음일 것입니다.

이제 저 자신을 위한 싸움을 시작하려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병과의 싸움을 하려합니다. 살며 매번 같은 날들이 흘러가지만 그것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싸움이지만 희망을 안고 싸우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몸 안에 핀 나쁜 꽃과의 싸움을 하러 오늘도 행복한 저녁 출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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