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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봄이 아픕니다. 참 저리도록 아픕니다. 세상이 온통 아파서 저렇게 난리를 치는데도 꿈쩍 않고 버텨대는 무리들을 보면 이 나라꼴이 참으로 한심합니다. 겨우내 무던히도 뒤척이며 찾으려 했던 부끄러운 흔적들이 모두 바람 되어 흩어집니다. 진정 얼어붙은 눈 속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여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세월이 그리움을 묻을 수 없듯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깨어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압니다.

언제부턴가 봄만 되면 저 바다 속에서부터 밀려오는 투명한 알갱이 같은 아픔이 있습니다. 아직도 인양되지 못한 아홉 명의 절규가 가슴을 후벼 팝니다. 우리가 지켜야할 올곧은 가치가 내팽겨진 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참으로 순수했던 아이들의 눈망울을 외면했던 어른들의 비겁함을 눈물로 반성합니다. 봄이 저렇게 손짓할 때면, 햇살에 반사되는 날카로운 비명이 들릴 때면 울컥 눈물이 납니다. 그렇게 세월의 무게를 가슴에 달고 삽니다.

살며 봄날이 소리 없이 다가와도 몰랐습니다. 생계에 매달려 허덕이며 살다보니 함께 가까이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나만을 생각하는 어리석음에 갇혀 스스로에 대한 질타로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내 안에 들어오는 사람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칭찬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저만의 잣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늘 저 혼자만 생각했습니다. 바보 같은 짓이었지요.

모두들 참으로 애써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죽도록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고단한 한 그릇의 밥과 남들처럼 살기위한 세상과의 타협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게 잘 사는 것이라 믿었지요. 부끄러움 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작은 희망의 촛불을 드는 것은 소박한 몸부림이었고 자기반성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모두가 행복하고 맘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일 한만큼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마음 나눌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었던 거지요.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후회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압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붙잡기보다 지금을 제대로 살아갈 수만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겠지요. 어제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에게 토닥이며 용기를 주어야 하지요. 살며 요즘같이 절실하다는 말이 가슴에 맺힌 날들이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도 그렇고 예술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진정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참으로 절실하게 그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두렵지만 이겨내야 하는 것이지요. 하루하루가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나이가 드는 가 봅니다.

봄이 아픕니다. 우리도 아픕니다. 차가운 거리에서 서로에 대해 생채기를 내는 모습들이 아픕니다. 하루빨리 이 아픈 봄을 이겨내야겠지요. 그리고 이젠 믿음과 치유의 화해를 준비해야 합니다. 서로에게 겨눈 손가락질을 거두어야 합니다. 별 쓸데없는 사람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조차 버릴 순 없진 않는가요.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며 따뜻한 마음을 전해줘야지요. 꺼지지 않는 촛불로 모두의 언 가슴을 녹여야 하지요.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이지요. 아픈 봄이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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