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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가을이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아직 눈에 내리쬐는 햇볕이 따갑기만 하다. 무언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그렇게 계절을 맞는다. 살며 무엇 하나 두려움 없이 내 안의 삶을 즐기던 날들과는 달리 지구에 매달린 손끝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손가락 하나둘 내어주며 어지러이 흔들리는 나를 본다. 이런 날에는 많이 쓸쓸하고 많이 아프다. 바람이 밀려온다. 또 가을이 그렇게 나에게로 왔다.

올해가 3.1운동과 건국 100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의 100년은 일제강점 속에서 수 없는 억압을 당했고 남북이 갈리고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동족의 상잔을 경험했다. 그리고 군사독재에서 민주화 운동의 목숨 건 투쟁을 해왔다. 또한, 그 저항의 결과가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새로이 독립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독립운동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과제를 안고 일제 잔재와 싸움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다시 독립운동이라는 것은 국민을 억압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투쟁이다. 진정한 독립운동은 일제 잔재와 싸움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가 민족적 자존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독립은 국가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권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조건 없는 반대나 증오가 아니라 서로서로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개혁의 실천은 진심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지금 나라의 꼴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서로 믿지 못하는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이 화살처럼 날아다닌다. 진정 이 나라와 민주주의에 대한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심이 만연하다. 촛불 이후에 적폐청산을 해왔다지만 획기적이고 제대로 된 개혁이 부족했다. 더불어 기존의 기득권은 물론 새로운 기득권들이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제를 거쳐 한국 사회를 점령한 검찰이라는 권력은 단 한 번도 그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았다. 세상은 혼란과 분열이 만연해 있다. 이 모든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촛불 이후 우리는 여러 적폐 중의 하나인 검찰 권력이 스스로 개혁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감을 넘어선 기득권의 저항은 단호했다. 이런 급박한 싸움에서 검찰개혁을 수행하라 임명받은 사람은 스스로의 무게에 눌려 기득권에 무릎 꿇었다. 그리고 국민의 가슴에 칼을 들이밀고 있다. 자신의 깨끗함만 지키려 하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비겁함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참으로 참담하다. 이번 검란은 조국 하나만의 싸움이 아니다.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목숨 건 투쟁을 하고 있다. 조국에게 겨눈 칼날은 국민에게 들이민 칼날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과연 이 상황을 어찌 이해하여야 하는가.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이 있다. 내 살을 내어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는 뜻이다. 살벌한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번 검란은 서로에게 피해갈 수 없는 한판 큰 싸움이다. 오랫동안 표류되어 있던 검찰개혁과 공수처의 설치는 촛불의 명령이고 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이 정부의 숙명인 것이다. 자고로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검찰 권력의 잘못된 것을 개혁하고 그 과정에서 제 살점 하나쯤은 내어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적폐청산인 것이다.

다시 촛불이 타오른다. 국민은 더 이상의 일방적인 권력을 용서하지 않는다. 아무리 국민의 눈을 가리고 겁박하는 위협이라도 더는 굴복하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진정한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실은 진심이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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