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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1.16 14:20:27
  • 최종수정2017.11.16 14:20:27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햇살이 시리다.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마음들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사무실에서 내다보이는 건물들 사이로 한줌만한 수암골이 어른거린다. 그 곳에서 어린아이들의 손잡고 그리던 벽화는 이제 다 무너지고 번듯한 커피숍들이 온 산을 다 차지하고 있다. 저건 아닌데 하며 애써 외면해보지만 뒤통수를 내리치는 반사된 햇살이 목덜미에 섬뜩하다.

최근 도시재생 사업에서의 문화적 결합 다각화 방안에 대한 담론들이 여러 부처에서 제출되고 있다. 도시재생에 대한 이러한 적극적인 의지는 매우 유효한 시각이다. 그간 추진되던 도시재생 사업은 거시적 차원에서 도시개발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고 문화적인 내용이나 인력이 사상된 도시공학적 과정이 중시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문화가 그 안에 스며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 도구적 참여는 있을지언정 도시 전체를 문화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기존 도시재생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실패를 했고 설사 그것이 잘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 속에서 수없이 좌절해 왔다. 관에서 실시하는 도시재생 사업들 대부분이 섣부른 관광화에 대한 욕심으로 계획과 설계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행정력이 발휘되고 그로인해 지역의 역사적 지리적 상황과는 전혀 다른 생뚱맞은 결과들이 나오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마을 만들기나 도시재생 사업에 헌신했던 기획자들이나 심지어 마을이나 도시 조차도 서로간의 분란에 빠져 떠나거나 사업이 실패되는 사례가 허다했다. 아무리 작은 단위에서의 재생사업이라 할지라도 그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 공간사업에 대한 일방적 인식을 하는데서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문화예술로서의 도심재생이나 마을 만들기 사업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 사업들이 도시공동화를 방지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활성화의 기반마련과 주민주도형 자발적 커뮤니티를 만들어 지역민들의 참여를 통한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마을 만들기나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거버넌스 체제를 구체화하여 바람직한 지역재생의 담론을 형성해 나갈 때 도시재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와 마을의 총체적인 분석과 참여방식에서의 공론의 장을 열어놓고 그 곳에 이야기를 입히고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그들이 삶터를 지켜나갈 수 있게끔 스스로의 조직화뿐만 아니라 주민리더를 만들어 함께 실천해 내야한다. 바로 이것이 문화적 도시 재생인 것이다.

도심공동화를 극복하는 이러한 것들은 장소에 대한 기억을 큰 그림으로 지역을 디자인하고 지역의 키워드를 만들어 더불어 살아가는 삶으로서의 공유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그러기에 막연한 문화적 재생에 대한 동경이 아닌 철저한 논의와 계획을 통해 지역과 역사와 의미를 형상화하고 지역에 대한 가치의 발견과 재창조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삶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화예술의 사회적 결합이라는 근본을 찾아가는 바람직한 도시재생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할 때 문화적 도시재생이 지역과 도시의 재생과정에 얼마만큼의 역할을 했는가를 넘어서 그 작업자체가 갖는 의미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사업의 설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관계의 복원과 생태의 조화를 이루어 행복한 삶터를 만들어가는 일,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문화적 재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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