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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팀장

바람이 붑니다. 하늘엔 구름이 흐르고 새들은 눈을 깜빡이며 재잘 웃습니다. 노란 바람개비가 팔랑댑니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오월은 아픈 기억입니다. 젊은 시절 오월은 광주의 주검들과 민주주의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와의 만남은 나에게 새로운 희망의 동행이었지만 끝내 권력과 음모로 희생 된 그를 보며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좌절도 겪었습니다.

그 사람 노무현이 서거한지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날 아침 속보는 나의 가슴을 총탄처럼 뚫고 지나갔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캄캄하고 바람마저 정지해 있었습니다. 진정 우리 역사에서의 청명한 날들이 과연 얼마 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날 이었습니다. 모두가 아파했고 모두가 절망하였습니다. 그날 이후 가슴 속 화가 가라앉지 않아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그날의 무기력과 허망함으로 세상에 대해 어떤 희망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애꿎은 술만 축내며 살았습니다. 지난 짧은 세월의 황홀한 그리움을 가슴에 간직하고 사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슴 밑바닥에 슬픔과 분노를 묻고 무심하게 살았습니다. 너럭바위에 누워있는 바보 노무현을 원망하며 그리워하고, 공감하고, 그가 품었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뜻을 가슴에 새길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습니다. 어느 곳에선가 작은 씨앗처럼 촛불이 타올랐습니다. 들불 되어 광장의 촛불이 타오르고 민주주의 함성이 무성하게 일어났습니다. 살며 이런 전율을 느낀 적이 얼마 없습니다. 세상에 좌절했던 차가운 나의 가슴에도 꽃이 활활 피어났습니다. 가슴의 분노마저 촛불에 활활 타 날아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좌절하거나 무기력에 빠지는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고귀한 존재로서 존중되는 세상이 다가오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촛불은 우리 모두를 녹여 민주주의의 광장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직도 납득 되지 않고 진실이 풀리지 않은 것들이 허다합니다. 그것은 오월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의 가슴에 총을 들이대고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을 자행한 군사독재 기득권 세력이 버젓이 활개 치고 있습니다. 망언과 폭력들이 무성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촛불이 타 올라도 변하지 않는 광기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참으로 황망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국민을 상대로 혐오와 절망을 안겨주는 작금의 정치행태를 보며 최소한 괴물이 되지 말자는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결코 썩어빠진 부패의 뿌리를 제거하지 못한 적폐청산은 허상입니다. 진심으로 촛불이 명령한 과제들을 좌고우면 하지 않고 뚜벅뚜벅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재벌과 사법개혁, 역사적 적폐의 청산이고 지역주의 청산입니다. 그래야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저녁하늘에 타오르는 노을이 처연합니다. 더는 부끄럽고 미안하고 아픈 역사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려면 지난 과거의 것들을 당당히 드러내어 단죄할 것은 단죄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다시는 그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사실 그대로를 서로가 반성하고 사죄하며 용서를 구할 때 보수와 진보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촛불의 정신이고 노무현이 그리던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나로부터 먼저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희망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오월은 아픈 기억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광장의 촛불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이 세상 살면서 누구나 상처가 많습니다. 상처 난 꽃이 향기가 짙습니다. 바보 노무현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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