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3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5.06.10 13:19:49
  • 최종수정2015.06.10 13:19:49

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유월이다. 87년 유월은 이 땅의 민주화의 열망으로 뜨거웠다. 독재타도 호헌철폐, 전 국민이 하나 된 함성으로 이 땅의 민주화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타는 목마름으로 부르짖었던 민주화는 우리의 이기심에 우리들이 스스로 열광했던 것만큼 등을 돌렸다. 한때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청춘들은 어느새 부끄럼 모르는 나태한 보수가 되어있다. 절박함이 없는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는 부패에 대해 사악한 용서를 하고 있다.

가뭄이 심하다. 때 이른 폭염과 가뭄에 온 나라가 절망하고 있다. 더군다나 정체모를 전염병이 횡횡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지금 바다와 육지에 온통 주검의 그림자가 깔려있다.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메르스를 향해 '제2의 세월호'참사라 말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런 지경에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안위엔 아무런 관심도 없다. 국민들은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데 우왕좌왕, 상대방 헐뜯기, 남의 탓하기 등 지난 해 세월호의 반성을 까마득히 잊었는가 보다.

지난 해 봄, 가장 찬란했던 순간에 제 빛을 내지도 못한 채 어둔 슬픔의 꽃들이 바다에 수장되었다. 작년 온 국민들은 검은 진도 앞 바다를 보며 그토록 애타게 울었고 온 나라가 아팠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믿고 있던 아이들이 통째로 수장되었다. 그리고 당시 목숨을 던져 학생들을 구하다 죽은 교사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순직 판정을 받지 못했다. 메르스 초기 진화에 실패한 정부가 발생 20여일이 다 돼서야 발생 병원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도대체 이 나라에 국가의 재난을 통제할 정부가 있기는 한 것인가. 잘못된 판단과 통제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온 나라가 바다에 잠겨 있을 때도 국가개조니 안전국가니 하며 떠들던 얼굴들은 표정하나 없이 오늘도 되풀이 된 말들을 한다. 비전문가로 구성된 컨트롤타워는 잘못된 상황만 반복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세월호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고 그때 만들어진 국민안전처는 보이지 않는다. 또 해체되는 것은 아닌지.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줄줄이 행사가 취소되고 있다. 국가의 위난을 겪는데도 어떠한 지침도 없다. 정부는 아무것도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소리 없이 메르스는 우리의 곁에 다가왔다.

유월의 하늘에 내리쬐는 햇살이 눈물 나게 따갑다. 한 시대를 뜨겁게 기억하면서 지금의 우리 현실에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진정 타락한 집단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다. 많은 위정자들은 세상에 대해 진단과 개선을 이야기하면서 국민의 고통을 감내하거나 스스로 실천하기를 꺼려한다. 물론 양심의 가책 없는 이기심이 제도화한 세상에서 타자에 대한 배려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리일 것이다. 두 번 잘못하지 않으려는 자기반성이 아쉽다. 가뭄으로 갈라진 온 산천을 보면서 팍팍한 삶을 버텨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다.

언제까지 국가재난 대응체제가 부재된 무능한 정부를 믿고 살아야 하는가. 이대로 국민들은 가뭄과 병마에 지쳐 쓰러져 가야 하는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지킬 것인가. 메마른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입이 타 들어간다. 유월 대한(大旱), 아! 대한민국(大恨民國).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