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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5.25 13:57:39
  • 최종수정2016.05.25 13:57:51

김희식

시인 ·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2003년이었던가. 당시 문화부장관이었던 이창동 소설가이자 영화감독과 네댓 명 지인들이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다. 그 자리는 동시대를 살아왔던 문화운동 선후배간의 아주 편한 만남의 자리였다. 당시 문화부 근처 한식집으로 기억되는데 그곳에서 이런 저런 덕담이 오가고 식사 마무리에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문예정책 백서 같은 것이 없는지라 그로인해 예술 활동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담보해내기 어렵다는 것과, 또한 각 지역의 정체성을 담보하고 예술 활동의 현장성을 보장하는 지역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그 것을 실행하는 위원회나 재단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등의 폭넓은 이야기가 되었다.

그 후 채 1년이 못 되어 우리 문예정책사에서 획기적인 국가문화예술 정책백서가 나왔다. '창의한국'과 '예술의 힘'이라는 방대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침서가 제시되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그동안 서울중심의 정책에서 지역문화지원체계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이루어진다. 실로 지역문화예술 활동가로서 이 책을 넘길 때 마다 가슴에 차오르는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렀다. 문화예술교육이니, 생활문화니, 문화 복지니, 문화재단 같은 지금의 문화예술에서의 주요키워드가 당시에는 뜬구름처럼 느껴졌건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어느 순간 내가 그 안에 서 있다. 특히나 전혀 불가능하게 느껴졌던 문화예술정책과 지원의 중간지원체계로서의 각 지역별 광역문화재단의 설립이 이제는 마무리 수순에 들어왔다. 현재 14개 지역에 문화재단이 만들어 지고 세종과 울산 등 미 설립 지역도 내년 초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그리고 지난 20일 제주에서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의 출범식이 있었다. '한광연'은 지역 고유문화의 발전과 격차해소를 통한 문화국가 실현, 지역문화 균형발전과 문화자치의 건전한 육성, 지역문화재단의 연대강화와 협치를 통한 정책 개발 및 제도개선을 설립목적으로 14개의 광역시도문화재단이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는 기존 대표자회의가 가져왔던 협의체적 성격을 벗어나 지역을 토대로 한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이루는 연합체로서의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간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지난 14년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과 시행, 그리고 문화기본법의 시행 등으로 이제 법 제도의 기반의 마련이 충실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한광연'의 출범은 지역문화의 발전이야말로 문화 복지국가의 핵심과제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더불어 일방적 정부주도형으로 이루어지던 문화정책을 지역주체들이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각 지역마다의 문화지형에 맞는 문화예술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제 '한광연'은 실제적인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광연'의 방향은 문화다양성과 문화민주화를 실현하고, 결국 국민의 문화 예술적 삶의 질을 한층 드높이는 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스스로 자각된 연대활동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진흥을 위해 정부와의 문화정책의 파트너로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지역문화의 주도적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문화진흥은 각 재단들의 자기 지역주의와 고립을 벗어나 연대와 협력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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