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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0.28 13:58:48
  • 최종수정2015.10.28 13:58:48

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비가 내린다. 차가운 가을비가 메마른 대지를 적신다. 언제부턴가 온 나라를 뿌옇게 감싸던 미세먼지가 가을비와 함께 말끔히 사라졌다. 차가운 빗발에 종종대는 걸음들이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달력을 더욱 움츠려들게 한다. 앞만 보며 달려온 세월들이 나무에 힘겹게 매달린 낙엽처럼 위태하기만 하다. 석양이 비추이는 길에서 가슴에 달린 바람 빠진 풍선들이 애처롭다.

참 바쁘게 살았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하고 살았다.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야 늘 그렇겠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잠시 자신을 내려놓고 주위를 살펴볼 여유를 가진다. 차마 가슴 아프게 저려오는 일들을 돌이키며 부족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건넬 수도 있었건만 화살처럼 날아가 가슴을 후벼 파는 날선 비판만 해왔다. 더 잘할 수도 있었건만 후회가 앞선다. 지우개로 지울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우리의 삶 속에서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날들이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우리는 살며 많은 약속을 한다. 그러나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그 것을 지켜나가는데 무심하다. 인사치레 약속이었던 것이다. 서로가 길에서 만나는 인생들이야 내일을 기약하기보다 현재에 목매다보니 의례적으로 약속을 한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하루를 산다.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과 책임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 그것은 사람 사는데 맨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의 약속으로 영혼을 맡겼지만 결국 스스로 자신의 눈을 멀게 함으로써 심안을 갖게 된다. 여기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고민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이미 약속과는 달리 파우스트의 해방을 인정한 건 아닌가.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닌가.

살며 고개를 한번 돌려 보면 잘 볼 수가 있는데 우리는 종종 자기 앞만 쳐다보며 산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가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곤 한다. 그 것은 자기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나 목표를 잘 모르고 그저 남들이 살아가는 대로 살다 어느 순간엔가 자기 자신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허무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자기 이유가 없이 살아가는, 영혼 없는 삶의 허무가 뼈저리게 느껴졌을 것이다. 우리는 길 위에서 세상을 만나고 그 길에서 서로를 느낀다. 잠시 쉬어가는 길목에 서로를 인정하는 배려가 있고, 같은 길을 가는 사람에 대해 중심을 잃지 않게끔 서로 애를 쓴다. 살아있음에 대한 서로의 경외심이 지금의 나를 새 인생의 길로 인도한다. 그러기에 길에 사는 우리는 항상 겸허하여야 한다.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슬프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인가. 울화통이 터진다. 위정자들의 가난한 영혼이 안쓰럽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그런 사회, 그리하여 명징한 웃음이 환하게 펼쳐지는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닌가. 아등바등 살기보다 지금 내 서있는 곳을 다른 눈으로 보는 것이 필요한 세상이다.

맑게 갠 하늘을 본다. 눈앞을 흐리게 하던 미세먼지가 사라진 시리게 푸른 하늘이 내려온다. 우리 삶도 이렇게 시린 하늘같이 맑게 개였으면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낡은 선배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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