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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6.24 16:26:51
  • 최종수정2021.06.24 16:26:51

김희식

시인

햇살이 따갑게 쏟아지더니 갑자기 하늘이 흐리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목에 섬뜩하다. 이젠 바람 부는 날이면 온 몸이 잔뜩 무거워지는 날이 많아진다. 살며 무엇 하나 제대로 매조지 짓지도 못했는데 세월은 급하게 날아간다. 가만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나이 들며 세상이 점점 두려워진다. 머리 위를 내리치는 굵은 빗줄기가 죽비 되어 나를 내리친다.

세상 살면서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 그렇게 스스로를 자위하며 토닥이면서 살았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나만을 가리며 살았다. 나의 어깨에 내리는 빗방울만 피하며 세상을 살아왔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자기를 가리지 못한다고 무시해 왔다. 내 어깨를 내어주고 그들의 어깨에 내리는 비를 가려주지 못했다. 무엇이 그리 급했던지 눈길하나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며 살았다. 그게 나의 정의였다. 참 부끄러운 날들이다.

최근 들어 백신의 접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전 국민의 3할 정도가 접종을 하였고 거리두기도 완화되고 있다. 그동안 소원했던 만남도 조심스레 이루어지고 차갑게 식어버린 경제도 일어나고 있다. 이제 어느 정도 코로나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껏 누리던 질서에 복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곳은 폭력이 난무하고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구별이 확연하고 차별이 드러나는 그런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불평등의 질서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코로나가 가져다준 멈춤은 우리들에게 불편함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그동안 우리들이 가져온 기존의 논리와 질서가 얼마나 허구였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과연 과거로 돌아가 일상의 회복 한다는 것이 온전한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과거의 세계와 새로운 세계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이 없이 임시적 백신으로 연장하는 생명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코로나와 같은 질병이 생기게 된 인간의 습속과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돌아간들 그 곳이 또 다른 악과 변이바이러스의 근원이 아닐까.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기 위한 사회적 질서의 변혁과 발전 없이 과거로의 회귀는 불행 그 자체이다.

우리는 이제 이전의 생활로 온전히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이 변혁의 시기에 새로운 발상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멈춤이 일상이 된 현실을 눈 감아선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놓쳤던 멈춤의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멈춤으로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통로에 대하여 다양한 학습을 하였다. 가상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뿐만 아니라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또 진화해 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위기에 닥치게 한 인간 문명의 오만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상은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가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백신이 가져다주는 회복의 기간에 언택트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물론 법, 제도의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금껏 방치된 균등한 기회와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더 힘들고 어두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새 세상은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는 행복한 세상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쓴 우산은 나만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같이 걸어가는 사람을 위하여 내 어깨 한 곳을 내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빗속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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