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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사월의 비가 내립니다. 거리는 온통 꽃물결입니다. 사월은 왜 이리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생기 있어야할 저 꽃들조차도 지쳐 보입니다. 너무도 슬픔에 지쳐 향기가 없습니다. 비바람이 불때마다 우수수 떨어져 몰려다니는 꽃 이파리들이 길가에 눈처럼 쌓입니다.

며칠 전 어머니가 하늘 길 가셨습니다. 그토록 아파하면서도 자식들에게만은 의연했던 어머니가 주무시듯 가셨습니다. 눈앞에 누워계신 어머니를 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꾸역꾸역 삼켰습니다. 아무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 미안해, 엄마 사랑해 이 두 단어밖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어찌 이 죄를 씻을 수 있을지 난감합니다.

오늘 이제야 몸을 추스르고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사무실 창가에 서서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위태한 세월호 관련 현수막들이 노란 꽃무더기처럼 걸려 흔들립니다. 시간이 멈춰진 듯 아직 끝나지 않은 그날의 이야기가 춥고 외롭게 매달려 있습니다. 그때도 그랬습니다. 모두의 먹먹한 가슴을 어쩌지 못한 채 가슴만 치며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만 노란 리본처럼 가슴에 매달았습니다. 아마도 죽음이라는 극한의 절망 앞에서 이 말밖에 다른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난 일 년간 대한민국은 침몰하는 세월호와 함께 저 차디찬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천재지변이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는 참혹한 인재의 참화 앞에 대한민국은 실종되었습니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무능하고 부패한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해왔고 세월호의 인양을 통한 은폐된 진실규명과 슬픔의 승화된 희망을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곳엔 9명의 실종자들이 남아있습니다. 이들이 남아 있는 한 아직 세월호는 해결되지 않았고 우리 대한민국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이 아픔을, 사회적 슬픔을 천박한 돈으로 해결하려 하고 인양을 미룬 채 기억을 지우려 합니다.

망각시키려는 부조리한 세력과 기억하려는 건강한 세력 간의 싸움은 이제부터입니다. 그러기에 사회적 비판과 성찰의 중심에 예술가들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승화시켜 슬픔을 공유하고 부조리에 저항하는 비판적 성찰로서의 예술적 행위들이 요구됩니다. 게르니카를 그렸던 피카소가 그랬고 반전을 노래한 마빈 게이나 비틀즈의 노래들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타살이라는 이 큰 명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깨어있는 예술가들이 표현하고 감당해야할 몫이 남아 있습니다.

진정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더 큰 슬픔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기억을 재생하고 저항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합니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 사람이 주변에 없을 때가 너무도 많습니다. 장롱 속 켜켜이 숨겨놓았던 마음들을 표현해야 합니다. 아끼다 똥 되지 말고 이 슬픈 봄에는 그래야 합니다. 뼈아프게 감당해야할 슬픔이 있는 이 봄날, 가만히 있지 말고 소리치고 표현하여야 합니다. 진정 표현 되어진 사랑만이 이 증오의 세월을 감쌀 수 있는 것입니다. 사월, 비는 내리고 꽃잎은 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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