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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3.02 16:37:01
  • 최종수정2017.03.02 16:37:01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삼월이다. 바람 부는 쪽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한껏 봄을 껴안아 본다. 모진 겨울의 아픔 속에서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고 봄의 희망을 싹틔워 왔다. 그러나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차가운 바람이 얼음의 알갱이를 갖고 있다. 그 바람 속에 더디게 오는 봄을 향해 찾아가는 우리의 여정이 아프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그간 잘 지냈는지. 우리가 가진 말의 얼음조각으로 서로에게 심한 상처를 내지 않았는지. 조심스레 손 내밀어 본다.

3월의 하늘에 구겨진 태극기가 휘날린다.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지금 대한민국의 삼월이 심상치 않다. 지켜야할 민주주의와 정의는 내팽개친 채 막말과 백색테러의 위협이 자행된다. 망토처럼 목에 두른 태극기는 꾸깃꾸깃 가방에 쑤셔 박힌다. 실로 고귀하고 신성시 되어야할 태극기가 군중들의 발에 짓밟혀 쓰레기통에 처박힌다. 얼마나 가슴 저리게 간직해온 태극기인가. 이 만세운동의 삼월에 국민들의 가슴에서 태극기가 외면당하고 있다.

단재(丹齋)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지금은 역사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으로 미래가 만들어 진다. 지금 우리의 형국은 해방 후 찬탁, 반탁으로 나뉘던 모습이 촛불과 태극기로 갈리어 있고, 일제의 적폐를 청산하려던 반민특위는 박근혜와 최순실에 대한 특검과 탄핵으로 겹쳐진다. 그러나 반민특위 활동은 친일세력과 정권의 비협조, 그리고 조직적 방해로 실패하면서 기존 기득권세력들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의 싹을 자르지 못했다. 그리고 국정농단 특검도 미완으로 끝났다.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나는 이번 탄핵이 이 나라의 새로운 미래를 가늠하게 되는 기회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번의 기회가 우리조국과 민족이 재도약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일 보수 세력과 외세주의자들, 그리고 대대로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온 세력들을 청산하고 개혁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걸음 더 나아가는 중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3월의 봄이 저절로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달려 나가 봄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 봄날에 우리는 서로에게 난 상처를 감싸 안아주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간직해야 한다.

접인춘풍 임기추상(接人春風 臨己秋霜).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봄날처럼 따뜻하게 대할 것이며, 자신을 대할 때는 서릿발 같이 차게 하라"는 말이 있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이 얼어붙은 봄 날, 촛불과 태극기 모두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집회를 사주하고 폭력을 당연시하는 그런 풍토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경계하고 타인을 봄날처럼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

아직 우리의 언 가슴은 녹지 않았다. 또한 우리가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의 길은 그리 순탄한 길만은 아니다. 그러나 생명을 키우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가 가는 이 민주주의의 길에 생채기를 아물게 하는 아픔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 것이 이 미치도록 환장할 봄날에 우리가 겪어야 되는 순리이고 대한민국이 감내해야할 당연한 것이다. 더 이상 서로를 미워하지 말고 행복한 미래를 함께 준비하여야 한다. 이러할 때 우리의 민주주의는 탄탄해져 우리 앞에 우뚝 설 것이다. 삼월, 아프지만 설레는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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